1일 오후 전북 임실군 강진면의 한 주택에서 만난 정모(47)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앞서 이날 오전 8시20분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굴삭기를 몰고 돌진한 남성(45)의 친형이다.
"아침에 TV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의아해 하면서도 딴 사람인 줄 알았는데...포클레인(굴삭기) 번호를 (막내) 동생에게 알려주니까 맞다고 하더라고요."
정씨 삼형제는 모두 굴삭기 운전 기사 겸 사업자다. 이번에 '돌발 사고'를 일으킨 정씨는 삼형제 가운데 둘째다.
'폭력 전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4∼5년 전에 공무집행방해로 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다. 벌목 작업을 했는데 동네 사람이 (동생이) 벤 나무를 가져갔다. 경찰이 왔는데 그 양반 편을 들고 안 좋게 말하니까 시비가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은 누가 건드리지 않으면 싸우지 않는 성격이다. 누가 자꾸 안 좋게 얘기하면 억울해서 폭발하는 감정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큰형에 따르면 둘째 정씨는 중학교까지는 임실에서 다니고 순창에서 농고를 졸업했다. 병역은 전북 지역 향토사단에서 마쳤다. 굴삭기를 운전한 지는 약 20년쯤 됐다고 한다.
막내(43)까지 삼형제가 굴삭기 기사가 된 것도 둘째 정씨의 조언이 컸다고 한다.
새 굴삭기 1대가 보통 5500만원 하는데 둘째 정씨는 2000만~3000만원짜리 중고를 샀다고 한다.
20여분간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큰형의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 둘째 정씨를 조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3팀장'이었다. 정씨는 "경찰도 내 동생이 말도 잘하고 점잖다고 했다. 내일(2일) 막내와 면회를 가야겠다"고 말했다. '동생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냐'는 물음에 그는 "왜 그랬냐고 물어보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방앗간 주인 A씨는 "그 사람은 여기를 떠난 지 오래됐어요. 형제가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동생은 쪼까 성질이 좀 있지. 뚝성질이 있어. 형은 사람 참 좋아요. 오로지 자기 할 일만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수퍼마켓 주인 B씨는 "둘째 동생이 성질이 고약혀도 얼마나 속이 상하면 그랬겠어요. 생활(사회) 돌아가는 거 봐봐. (최순실 등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죄를 짓고 살면 쓰겄어. 정씨가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한) 최순실이를 밀어버리려고 갔다면서. 지(정씨)도 부아가 나니까 그랬겠지"라고 말했다.
서정준(64) 갈담리 이장은 "어렵게 살아 왔어요. 투쟁가도 아니고 그저 외로운 사람이오. 굴삭기 갖고 제주도나 강원도로 일다니고 그랬지. 열심히 살려고 돈 버나 했는데 엉뚱하게 오늘 같은 비보를 들으니 가슴이 아프네"라고 말했다.
임실=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