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종로 도심에선 대규모 대통령 하야(下野) 촉구집회가 열린다. “통치력의 IMF(외환위기) 시대”(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라는 진단대로다.
2004년 노무현 탄핵 가결 뒤
고건 총리, NLL부터 챙기고
이헌재는 해외 투자자에 호소
“당시 참고해 시스템 가동을”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당장은 내각이 국방이나 경제적 현안을 분발해서 빈틈없이 챙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현재 구도에서는 총리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동의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은 “ 황교안 총리 같은 자세로는 안 된다”며 “주어진 명령만 수행하려 하지 말고 시국수습 성명도 내고, 야당 대표에게도 만나자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통령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임에도 현재는 24시간 위기 대응 매뉴얼이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위기 대응 모델을 매뉴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할 때까지 63일간 국정을 이끌었다.
고 전 총리의 회고록 『국정은 소통이더라』에 따르면 당시 그는 탄핵안이 통과되기 직전부터 유보선 국방부 차관에게 전군지휘경계령을 내리게 했고 반기문 외교부 장관을 찾아 각국 대사들에게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알리게 해 대외신인도를 관리한 뒤,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경찰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첫날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부터 소집해 안보상황을 점검하고, 충남 논산의 폭설 피해 현장에 내려가 국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한편으로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는 국제 신용평가사와 해외 기관투자가 1000여 명에게 e메일을 보내 “한국 경제의 저력을 믿어 달라”고 호소해 사흘간 떨어졌던 주가를 나흘 만에 안정시켰다.
고 전 총리는 회고록에 당시 상황을 “권한대행이 아니라 ‘고난(苦難)대행’이었다”며 “NLL(북방한계선)부터 챙겼다”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에겐 63일간 세 번 전화로 남북 관계 등에 관한 국정을 보고했다고 한다.
정효식·이지상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