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는 이날 ‘박근혜의 마음 속 그림자가 한국에도 드리웠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박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처했으며 낭떠러지에 섰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과 최태민의 관계에 대해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은 목사였으며 이전에 승려였다”며 “박근혜 모친이 암살당한 뒤 박근혜와 접촉을 시작했고, 부모를 모두 잃은 뒤 최태민이 박근혜의 정신적인 스승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보다 네 살 어린 최순실은 이 때부터 박의 ‘구이미’가 됐다”며 “박근혜는 평생 미혼에 자녀도 없어 고통과 긴 고독 속에서 최씨 부녀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했다”고 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승마특기생 입학,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의 이익관계를 언급하면서 “어떤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비밀 유출’ 죄 외에 ‘부패’ 꼬리표도 덧붙인다”고 적었다.
한국 국민의 여론 악화도 지적했다.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지지율이 20% 밑으로 추락했다”며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미 일부 정치인과 여론에서 터져나왔다”고 했다.
한국 정치의 취약점도 강조했다. 사설은 “현대 정치제도의 설계 취지 중 하나는 인성의 약점을 억제하는 데 있지만 한국 정치는 커다란 허점을 드러냈다”며 “한국 유권자가 (박 대통령의) 성격상 약점까지 생각하지 못했고, 한국의 감독 시스템이 박대통령 임기 동안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아직도 최순실이 박근혜 정권에 개입한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며 우려했다. 한국 언론이 폭로한 내용과 박근혜·최순실 둘이 인정한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사설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통령 후보의 ‘이메일 게이트’보다도 더 엄중하다고 비교했다. “힐러리는 경험이 풍부한 정객이지만 위기 처리과정에서 ‘불성실’하다는 인상을 심었다”면서 “박근혜의 잘못은 그보다 더 엄중하지만 그에 대한 동정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모 모두 피살당했으며 본인도 대통령 임기 중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이 정치 가족의 전후 불행은 희미한 운명선으로 연결돼 있다”고 평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