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건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대한 평가다.
노무현 정부 5년차 개헌론에 "국민이 불행" 비난
2012년 대선 후보 때 "4년 중임제 개헌" 공약
취임 후 "경제 위기" 내세워 개헌논의 차단
박 대통령은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보이느냐.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또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개헌안을 만들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참 나쁜 대통령…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보이나" (2007년 1월)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게 당시 정치권의 반응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지도 못하고 소멸됐다.
이후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11월에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민 기본권 강화를 골자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선 뒤에는 "개헌 논의는 국정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 "경제회생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개헌 요구를 미뤘다. 2014년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가 궤도에 오르게 해야 할 시점에 이런 것으로 또 나라가 다른 생각없이 여기에 빨려들면, 이 불씨도 꺼지고 한 번 살려내기도 힘든데 경제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제 위기 풀어야지, 염치가 있는 거냐" (올해 1월 대국민담화 기자회견)
지난해 1월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개헌으로 모든 날을 지새우면서 경제활력을 찾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개헌은 국민적인 공감대, 또 국민의 삶에 도움이 돼야 하는 것이 전제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들어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불붙기 시작했을 때에도 부정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올 1월 13일 대국민담화 기자회견에서도 "경제가 발목 잡히고 나라가 한치 앞이 어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헌을 말하는 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우리 상황이 블랙홀같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을 정도로 여유있는 상황이냐? 청년들은 고용 절벽에 처해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이러한 것을 풀면서 말을 해야지, 염치가 있는 거냐"고 불가 입장을 분명히했다.
4월 26일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경제를 살리고나서 공감대를 형성해서 해야지,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 경제가 살아났을 때 국민들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해서 공감대를 모아서 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했다.
우리 경제 튼튼해지고 원칙 뿌리 내려" (10월 24일 국회 시정연설)
개헌을 제안한 오늘의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경제 위기와 북핵 문제를 위기로 꼽았다. 박 대통령은 "우리 주력산업들은 후발국들의 거센 도전에 쫓기고, 미래산업은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 핵과 미사일이라는 실질적 위협까지 더해져 우리나라의 앞날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위기를 강조했던 이전과 다른 점도 눈에 띈다. 위기에 대한 경고 표현이 다소 누그러졌고,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는 점이 강조됐다. 박 대통령은 "4대 부문 구조개혁의 성과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가 보다 튼튼해지고 있다"며 "원칙이 바로 선 경제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