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이 경제성장의 핵심인 생산성을 낮추고 고용시장 안정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첨단 IT 기업들 고용 기여도 저조
제조 부문 아웃소싱, 로봇에 의존
“첨단 IT는 경제 성장동력 아니다”
2002년 이후 IT 창업이 줄어든 것도 IT 업계의 고용 창출이 후퇴한 원인으로 꼽힌다. IT 창업은 1992년 6만4000건에서 2001년 11만3000건으로 급증했지만 2011년 7만9000건으로 줄어들었고, 이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애플과 알파벳·MS·페이스북·오라클 등 IT 부문 시가총액 상위 5개 업체의 기업 가치는 총 1조8000억 달러다. 이는 2000년 상위 5개 기업의 시가총액에 비해 80% 높은 수치다. 반면 이들 기업의 직원 총 수는 43만4505명으로 16년 전 상위 5위 기업에 비해 22%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가치는 커졌는데 사람은 덜 쓰고 있는 셈이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BCG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분야에서 로봇을 활용해 2025년까지 노동비를 33% 낮출 수 있다. 한국·미국같이 제조업 인건비가 높은 국가는 제조분야에서 로봇을 활용하면 원가절감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승자독식 구조의 실리콘밸리 기업이 늘어날수록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는 첨단 IT가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분기 미국의 비농업부문 노동생산성은 전년 대비 0.6% 하락했다. 1970년대 말 이래 최장기 하락세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틴 베일리 이코노미스트는 “IT업계를 중심으로 승자독식의 시장 구조가 자리 잡았고, 소수의 성공적인 기업 이외 다수의 기업들이 패자로 전락하는 상황”이라며 “IT 혁신이 오히려 생산성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