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둔 고3 수험생에 '공부 잘 하는 약' 처방 급증…부작용 우려

중앙일보

입력 2016.10.13 17:02

수정 2016.10.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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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을 올려준다는 입소문 때문에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알려진 약이 있다. 메칠페니데이트계 약물로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앞둔 10월, 고3 학생에게 이 약이 집중 처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남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6월까지 메칠페니데이트 성분의 의약품을 처방 받은 인원은 228만명에 달했다. 이에 따른 건강보험 청구금액은 약 1043억원이었다.

ADHD 치료약제 '메칠페니데이트', 18세가 10월에 집중 처방 받아
신경과민·불면증·두통 등 부작용 우려…심하면 공격적 행동·환청까지

연도별 메칠페니데이트 제제의 처방 건수는 매년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처방 건수는 약 37만2000명으로 2011년(41만5000명)보다 약 10%가량 줄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고등학생에 해당하는 만 16·17·18세 연령대에서는 같은 기간 각각 약 19·37·64%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청구금액 현황을 보면 다른 연령대에서는 뚜렷한 특징이 없었지만, 고3(만 18세)의 경우 수능시험을 앞둔 10월에 집중적으로 처방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10월 청구금액은 약 9021만원으로 가장 낮은 달인 2월(약 4725만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수능 이후에 해당하는 11월(약 5839만원)과 12월(약 5589만원)에는 처방이 급격하게 줄었다.

신윤미 아주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기존의 ADHD 아이들이 약을 잘 안 먹다가 시험 때 잘 챙겨먹기도 한다. 특히 고2, 고3 학생들이 시험 때 약을 철저하게 먹는 영향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을 앞두고 메칠페니데이트계 약물 처방이 증가함에 따라 오남용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재근 의원은 "고3 학생과 20대 청년 등 특정 연령대에서 메칠페니데이트 계열 약물 처방이 급증하고 있다. 이 약이 '공부 잘 하는 약’이라는 이름으로 오남용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메칠페니데이트계 약물은 신경과민, 불면증, 두통, 식욕감퇴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드물게는 공격적인 행동과 환각 증상까지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메칠페니데이트계 약물 부작용으로 많이 나타난 증상은 식욕부진(579건), 불면증(244건), 두통(156건), 오심(141건), 복통(100건), 불수의 근육수축(59건), 신경과민(54건) 등이었다.

이 약을 3년 복용한 경험이 있다는 한 고등학생(18)은 "약을 먹을 때 어지럼증과 헛구역질을 경험하고 불길하고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심할 때는 환청까지 들리거나 소름돋는 느낌이 들고 나중에는 불면증까지 왔다. 이후 약을 끊었더니 증상도 완화됐다"고 경험을 소개했다. 이어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알려졌는데 먹지 말라. 부작용이 심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약 중 반응이 빠른 몇 안 되는 약으로 ADHD 환자한테 쓰면 아주 좋은 약이다. 하지만 시험 공부용으로 쓰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ADHD 치료 용도 외에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