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리봉동 ‘우마2길’에서 두 차가 간신히 비켜 가고 있다. 예산이 없어 확장을 못하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은평구는 올해 도로 유지보수 예산(8억300만원)을 거의 다 썼다. 계획했던 사업을 다 마무리해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예산만 마련했기 때문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제대로 된 도로 유지관리를 위해선 한 해 10억원 이상이 있어야 하는데 사회복지 예산 부담이 전체의 60%를 넘어 그 정도 예산을 마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 주요 사업 줄줄이 차질
성동구, 사고 위험 높은 통학로 등
시 교부금 나올 때만 땜질식 공사
상암동 ‘월드컵대교’도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일례로 은평구는 최근 10여 년간 도로 관련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도로를 확장하려 해도 구 형편상 관련 예산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서다. 은평구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나오는 조정교부금을 받아야 한 해 사업 한두 가지를 할 수 있을까 말까 한 형편”이라며 “사업 하나에 보통 20억~30억원씩 들어가는데 장기 계획을 세우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조정교부금은 시가 자치구 간 재정 격차 해소를 위해 지원하는 돈이다. 서울시가 2010년 착공한 월드컵대교도 복지비 부담에 따른 예산 부족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6년 가까이 늦어진 2021년에야 완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서울시가 지난해와 올해 초 자치구에 지원한 3373억원의 지원금은 급한 사업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 강동구는 이 돈으로 상습 침수지역인 성내1동 지역 노후 하수관로를 개량했다. 성동구도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돼 왔던 옥수초교 앞 통학로에 횡단보도의 안전성을 높인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관련기사
① 복지에 멈춘 행정…구로구 26억 없어 주차장도 못 지어
② “세금도 내고 복지 누리는 연금 생활자 유치 전략을”
서울시의 사회복지 관련 부담 역시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10년 서울시 예산의 21.8%(3조4073억원)였던 사회복지 예산은 올해 34.2%(6조5519억원)가 됐다. 자치구 지원에 쓰이는 서울시의 지원금도 2010년 1조7221억원에서 올해 2조3915억원으로 6694억원이나 부담이 커졌다.
김옥희 서울시 자치행정과 팀장은 “최대한 자치구들이 필요 사업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긴 했지만, 우리 재정력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현재 같은 복지비 부담 구조를 고치지 않고선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조한대·서준석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