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폐암 환자의 ‘희망’ 3세대 표적치료제, 보험급여 이뤄져야

중앙일보

입력 2016.09.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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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진료실을 찾아온 몇몇 폐암 환자들을 만나고 나면 희망과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든다. 표적치료제를 복용하던 폐암 환자가 되돌아갈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내성이 생긴 경우다. 또 절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표적치료제의 도움으로 생의 고비를 넘기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 종양내과 전문의로서 희망과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약물 치료가 중단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떠올리면 이내 머리가 복잡해진다.

폐암은 여전히 암 가운데 사망률 1위인 가장 심각한 암이다. 하지만 필자가 종양내과 전문의로 진료를 시작한 25년 전에 비해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현재 두 배 이상 높아졌다. 15년 전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 중 하나인 EGFR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의 등장이 큰 역할을 했다. 이 표적치료제는 세포독성항암제 위주의 치료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지만 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는 내성인 ‘T790M’이라는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면서 한계가 드러났다.

전문의 칼럼│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치료제 내성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폐암 환자들에게 약물 내성을 이겨낼 수 있는 3세대 EGFR 표적치료제의 등장은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북돋웠다. 더 이상 대안이 없던 많은 폐암 환자가 국내 임상연구가 시작된 2013년부터 이 약물을 복용하면서 새로운 삶을 되찾았다. 3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부작용이 심한 항암제 주사를 맞을 때보다 두 배 넘게 생존기간을 연장시켰고, 뇌까지 전이된 환자에게서도 좋은 효과를 보였다.

현재 3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지난 5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 무상 지원 임상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이 약물이 필요한 폐암 환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11월이 되면 이러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만약 그때까지 건강보험 급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기에 따르는 모든 경제적 부담과 절망감은 또 다시 환자와 환자 가족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이 고가의 표적치료제를 본인이 전액 부담할 수 있는 환자가 몇 명이나 될지, 또한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가족의 심정은 어떠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T790M 변이가 발견된 환자는 표적치료제 투약을 통해 보다 오래, 그리고 더욱 건강한 상태로 생존할 수 있다. 그래서 표적치료제는 폐암이라는 일종의 사형선고를 받은 후 반복되는 항암 치료와 내성 때문에 절망에 빠져 고통을 겪는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러한 환자들의 희망과 기대가 그대로 치료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암환자에게 좋은 치료 결과를 안겨줄 수 있도록 신약의 보험급여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