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여전히 암 가운데 사망률 1위인 가장 심각한 암이다. 하지만 필자가 종양내과 전문의로 진료를 시작한 25년 전에 비해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현재 두 배 이상 높아졌다. 15년 전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 중 하나인 EGFR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의 등장이 큰 역할을 했다. 이 표적치료제는 세포독성항암제 위주의 치료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지만 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는 내성인 ‘T790M’이라는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면서 한계가 드러났다.
전문의 칼럼│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현재 3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지난 5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 무상 지원 임상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이 약물이 필요한 폐암 환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11월이 되면 이러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만약 그때까지 건강보험 급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기에 따르는 모든 경제적 부담과 절망감은 또 다시 환자와 환자 가족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이 고가의 표적치료제를 본인이 전액 부담할 수 있는 환자가 몇 명이나 될지, 또한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가족의 심정은 어떠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T790M 변이가 발견된 환자는 표적치료제 투약을 통해 보다 오래, 그리고 더욱 건강한 상태로 생존할 수 있다. 그래서 표적치료제는 폐암이라는 일종의 사형선고를 받은 후 반복되는 항암 치료와 내성 때문에 절망에 빠져 고통을 겪는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러한 환자들의 희망과 기대가 그대로 치료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암환자에게 좋은 치료 결과를 안겨줄 수 있도록 신약의 보험급여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