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견제와 감시,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는 게 근본 처방이라고 진단한다.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쟁정책연구부장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누진제가 장기간 유지된 건 독점 구조 때문에 가능했다”며 “스마트그리드 등의 발전으로 다양한 전기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만큼 새로운 시장 참여자가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안
경쟁 체제 도입 때 부작용 막게
소외계층 의무 공급제 검토를
하지만 전력산업의 구조적 개편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강하다. 전력시장 개방은 한전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한전이 독점하는 전력 생산과 판매 시장에 다른 사업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요지다. 한전의 민영화가 전력시장 개방의 필요 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는 “한전과 민간 사업자가 각각 전기를 판매하는 경쟁 구조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력 시장 개편 작업을 견제·감시할 수 있도록 전기위원회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기위원회는 전기사업의 허가, 요금 조정 및 체계,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운영 감시 등을 하는 기관이지만 정부와 한전의 입김이 세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전기위원회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있다 보니 정책을 만드는 기관이 규제도 동시에 하는 불합리한 체제가 됐다”며 “미국의 독립 에너지 규제기관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와 같이 실질적인 독립성을 담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 체제 도입 과정에서 농어촌 주민들의 전기요금 부담 가중 같은 부작용을 완화해야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력시장 개방이 필요하긴 하지만 소매판매자가 안정적 수요가 있는 산업용을 선호하고 농어촌 주택용은 외면할 가능성도 있다”며 신규 사업자에게 소외계층에 대한 의무 공급 규정을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