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취재일기] 인천대 안전공학과 ‘취업률 1위’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2016.09.20 00:35

수정 2016.09.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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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지난 6일 인천대 안전공학과 강의실. 학부 과정 남녀 대학생 7명이 이동호 교수의 강의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강단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한 주상복합건물의 설계도면이 떴다. 도면 속 캐릭터들의 머리 위 숫자 ‘0’이 불길이 번지면서 1, 2, 3으로 높아지더니 숫자가 5가 되자 캐릭터들이 쓰러졌다. 이 교수는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제 건물 도면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교육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이 시뮬레이션은 이 학과 대학원생들이 며칠 밤을 새워 만든 연구과제의 결과물이다. 선배 대학원생들이 만든 연구과제물을 후배 학부생들이 훌륭한 교재로 활용한 것이다. 학부생들은 시뮬레이션을 보며 설계도면을 분석하고 인명·재산 피해를 줄일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토론했다.

이처럼 현장감 넘치는 수업은 높은 취업률로 열매를 맺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이 학과를 졸업한 32명 중 31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 기간 취업률은 96.9%였다. 4년제 대학 공학계열 취업률로는 전국 1위다.

취업의 내실도 좋다. 졸업생의 66%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취업했다.

산업·재난 현장의 실무교육으로 취업률 1위를 기록한 인천대 안전공학과의 수업 장면. [사진 인천대]

황명환 교수는 높은 취업률에 대해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대형 사고를 계기로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 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손지혁(24)씨는 “전공과 관련된 수업만 하는 다른 학과들과 달리 건축물 설계부터 전기·방재·화학·원자력 등을 종합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기업들이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과는 1989년 산업안전공학과로 신설됐을 때만 해도 산업·전기·기계 등의 안전 분야만 교육했다. 당시는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의 지침으로 안전 관련 학과만 졸업하면 100% 취업이 됐다. 하지만 98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부가 의무고용제를 폐지하면서 학생들의 취업률은 반 토막이 났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 학과는 교육 범위를 화재·재난·원자력·폐기물 등 사회 전반 모든 분야로 확대해 다양화했다.

수업도 이론에 집중하다 현장 중심으로 확 바꿨다. 이에 따라 3~4학년 학생들은 여름방학마다 국내 대표적인 건설사들의 공사현장으로 가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4학년 김영철(25)씨는 “현장에는 주변 여건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있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이나 설계도면 등을 통한 정보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의 연구 프로그램에 학부생들을 참여시키는 ‘학부연구생 제도’를 도입해 학부생들의 전문성을 키웠다.

청년(15~29세) 실업률이 상반기 10.8%로 치솟았다. 하지만 인천대 안전공학과는 발상을 바꿔 위기를 기회로 살려냈다.


최 모 란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