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당장은 투자금이 좀 아쉽긴 하죠. 그래도 그 대기업에 얽매이지 않고 성장하려면 그 우산 밑에서 나와야 해요”라고 말했다. 그러곤 덧붙였다. “창조경제 정책은 잘 모르지만 제게 재기할 기회를 준 것만큼은 고마워요.”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의 ‘동물원 발언’을 듣고 한 달 전 만난 그가 떠올랐다. 안 의원은 지난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를 찾아 “대기업 한 곳이 각 권역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 한 곳을 지원하는 구조는 국가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발끈한 청와대 참모 출신 여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안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고, 창조경제 주관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반박했다. 졸지에 ‘동물원 사육사’ 취급을 받은 전국 18개 혁신센터들과 ‘우리 속 동물’로 폄하된 스타트업들은 안 의원실을 항의 방문했다.
우리에겐 이런 도시가 몇 곳이나 있을까. 서울로만 돈과 인재가 몰려드는 게 현실이다. 전국 18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의 손목을 비틀어 출범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인정받는 점은 지방의 창업가들을 육성한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불과 2~3년 만에 창업 환경이 확 좋아졌다고 부풀리긴 어렵다. 여전히 일부 대기업은 시혜적인 자세이고, 벤처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베끼는 대기업들도 여전히 논란이다.
다시 창업가 A씨의 도전을 떠올려본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의 동물원인지 아닌지는 지금이 아니라, 10년 뒤에 평가하면 된다. 특정 대기업에 목매기도, 발목 잡히기도 싫어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뛰쳐나온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숲이 우리에겐 있을까. 그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박 수 련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