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에서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을 상대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하는 말이다. 지난주 세인트루이스 출장을 다녀온 오승환의 에이전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대표는 미국 출장 중 이런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고 한다.
강한 허리힘으로 상체 빠르게 회전
타자들 타격 타이밍 놓쳐 헛스윙
독특한 이중 키킹도 혼란 키워
디셉션이 좋다는 건 투수가 어떤 공을 어느 타이밍에 던질지 타자가 알기 어렵다는 뜻이다. 보통 타자들은 투수가 정면으로 자신을 향할 때, 즉 투수의 가슴이 보일 때를 기준으로 타격 타이밍을 잡는다. 가슴과 함께 투수의 팔과 공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승환의 독특한 키킹(kicking) 동작이 타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오른손 투수는 왼발을 한 번에 쭉 뻗은 상태로 공을 던진다. 그러나 오승환은 보폭의 80% 정도 지점에 왼발을 내디뎠다가 다시 나머지 20%를 전진한다. 그가 2005년 삼성에 입단했을 때 선동열(53) 당시 감독은 “나름대로 중심이동을 잘하는 자세”라고 격려했다. 동작이 한 차례 끊겼다가 연결되는 것 같아서 ‘이중 키킹’ 논란이 있었으나 한·미·일 모든 리그에서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동작이 실제로 끊기는 게 아닌데다, 오승환이 늘 같은 폼으로 던지기 때문이다.
오승환과 7시즌 동안 상대했던 손시헌(36·NC)은 “MLB 타자들이 오승환을 처음 만나면 아마 미칠 것이다. 타격 타이밍을 잡기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투수의 스트라이드에 맞춰 타자가 스윙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오승환은 키킹을 한 차례 더 하면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오른팔을 최대한 숨겼다가 공을 발사한다. 다른 투수가 던지는 시속 160㎞의 공보다 오승환의 150㎞ 공이 더 위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김 대표는 “오승환이 일본에서 2년간 뛰면서 슬라이더를 많이 다듬었다. 특히 슬라이더를 던질 때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가 직구와 똑같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오승환의 슬라이더 구종가치는 MLB 불펜투수 가운데 6위(10.0)다. 그의 직구 구종가치(8위·12.1)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MLB는 30개 팀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타자가 특정 투수를 상대할 기회가 일본(12팀)·한국(10팀)보다 적다. 자주 만나지 않는다면 오승환의 폼에 적응하기 어렵다”며 “오승환은 한국과 일본에선 자주 3일 연투를 했지만 MLB에선 이제까지 4차례에 그쳤다. 꼭 필요할 때만 나오기 때문에 MLB에서 오승환의 최고 스피드가 시속 156㎞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 기사 ‘GAME OHVER’
세인트루이스 시내 상점에서 파는 ‘스트라이크 오트’ 티셔츠.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