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는 해외생산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 고임금 저효율 구조인 국내 생산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64%, 기아차는 45.8%에 달한다. 사진은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차 i10을 조립하는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
대기업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산업공동화 역시 가파르게 진행됐다. 이미 산업공동화가 이뤄진 섬유·의류뿐 아니라 전자·자동차 등 고부가·기술집약형 제조업까지 해외생산 비중을 높였다.
현대차 연봉, 미국 공장보다 높은데
자동차 1대 만드는 시간은 더 걸려
올 14차례 파업 1조4700억 손실
협력업체들 외국 업체에 일감 뺏겨
올해 신차 판매 호조로 부활 조짐을 보이던 한국GM도 지난달부터 이어진 부분파업으로 내수판매가 전월 대비 11.1%나 줄었다.
문제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중소 협력업체들은 미처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으로 일감도 크게 줄었다. 일부 업체는 함께 해외로 진출했지만 낮은 임금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 협력업체에 공급처를 뺏기기도 한다. 실제로 완성차 계열사가 아닌 부품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37조8241억원으로 전년(42조8375억원) 대비 5조원 넘게 줄었다.
위험경보가 울린 업종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산업공동화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 전자업종 5개 기업이 2년 연속 선정됐다. 모두 글로벌 전자기업에 납품하는 대형 1차 협력업체들이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전자산업의 ‘속병’은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이라 해서 전자산업 전체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은 국내와 글로벌 생산기지 간 역할분담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협력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 정부가 산업공동화 대책의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00년대 초 중국으로 주로 진출했던 우리 대기업들은 최근 베트남으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가 높아졌고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으면서다.
산업공동화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대기업들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생산공장의 경우 프리미엄급 제품을 주로 생산해 해외보다 단가가 2배가량 높다”며 “제품 단가가 높으면 협력사도 고부가 부품을 납품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이 줄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창원공장이 글로벌 전체 생활가전 물량의 3분의 1을 담당한다”며 “생산성과 숙련도, 공정의 노하우가 높아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국내 위주로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동현·김경미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