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 예고 없이 참석했다. 당시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겠다는 구상에 대한 심각한 대화가 오갔다. 그러던 중 2002년 대선 때 일들이 화제에 오르자 노 전 대통령은 갑자기 그해 4월 YS를 찾아가 절을 하고 ‘영삼시계’를 자랑하다 지지율이 급락해 혼이 났던 기억을 꺼냈다. 노 전 대통령의 엉뚱한 솔직함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옥탑방’의 뜻을 모른다는 게 알려졌다. 민주당 캠프는 ‘귀족 후보’라고 공격하려 했지만 노무현 후보가 “나도 모른다”고 말해버렸다. 공세는 무산됐지만 “솔직하다”는 평이 나왔다.
노무현의 필사’ 윤태영 전 대변인
『대통령의 말하기』 책 펴내 회고
- 노 전 대통령의 말을 재조명하는 의미는.
- “민주주의의 핵심은 소통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화와 토론을 즐겼는데, 자신의 주장을 검증한 뒤 합의된 결론을 추진하는 게 민주주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소통 없이 일방적인 게 너무 많지 않나.”
- 요즘 정치인들의 말을 평가한다면.
- “지금은 웅변의 시대가 아니라 메시지의 시대다. 웅변은 말하는 기술인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이 활발하기 때문에 재주보다 콘텐트가 중요하다. ”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을 조명한 『기록』(2014), 국민통합 노력을 다룬 『바보, 산을 옮기다』(2015)에 이어 그의 말을 자기계발서 형태로 저술한 윤 전 대변인은 “참여정부의 공과를 다루는 평전과 소설 등도 써보려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 전 대변인의 책을 소개하며 “‘정치는 말이다’라는 게 노 전 대통령의 소통법이었다”며 “정치는 소통인데, 박근혜 정부는 정치가 없다”고 적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