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따르면 태 공사는 두 달 전 런던 북서부 왓퍼드의 한 골프장에서 영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처음 만났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태 공사는 골프를 즐겼다고 영국 언론은 보도했다. 태 공사가 망명을 진지하게 고려한 건 부인 오혜선씨가 유사한 감정을 드러낸 후라고 복수의 정보 당국자가 전했다.
영국 선데이익스프레스 보도
타이푼 전투기 2대로 엄호비행
태영호, 런던 떠나기 전 골프채 챙겨
독일 미군기지서 한국으로 이동
태 공사, 서울행 비행기에 탄 뒤
메이 총리에게 감사 편지 남겨
한 고위 당국자는 “태 공사의 탈북은 (영·미) 정보 당국엔 대단한 성취”라고 말했다. 태 공사는 영국 외교가에선 “역대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 중 가장 명석하며 가장 빈틈없는 인물”이란 평가를 들었다. 2003년 북한 대사관을 개소하는 일을 맡았고 2013년 다시 부임했다. 영어 능력도 출중했다. 모두 8년여간 런던에 있었는데 영국이 호평하는 파트너였다고 한다. 태 공사와 접촉한 인사는 “한두 마디만 해보면 태 공사가 얼마나 보통 이상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인물”이라며 “영·미 당국이 나섰다면 그래서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내에서 태 공사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감사 편지를 남겼다고 한다. 아들 금혁도 친구에게 자신이 갑자기 사라지게 된 사정을 설명하는 글을 썼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탈북자의 말을 인용해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돈이 너무 없어 (대사관이 있는) 일링 지역에서 사람들이 중고 물품을 내놓고 파는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사기도 했다. 한 외교관은 중고 인형을 사 세탁한 다음 새것처럼 되팔아 부수입을 얻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