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열기가 아무리 뜨거워도 밥은 먹어야 한다. 이곳저곳에 떨어져 있는 경기장을 찾아다니는 관객들도 ‘든든한 한끼’를 원한다. 체력소모가 심한 선수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리우 올림픽 기간 소비될 것으로 예상된 음식물 양은 무려 6000t.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각양각색의 선수와 관중들 입맛을 만족시키는 건 쉽지 않다. 리우올림픽의 ‘먹거리 성적’은 과연 몇점일까.
'축구장 3개 규모' 선수촌 식당
설거지 걱정도 안 해도 된다. 선수단이 쓰는 접시는 옥수수와 사탕수수로 만들어진 것이라 자연분해된다.
남은 식재료도 버리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셰프 마시모 보투라(53)가 세계 50여명의 요리사들과 함께 매일 5000인분의 식사를 만들어 빈민·노숙인 등에게 제공하고 있다. 유통기한을 앞두고 있거나 폐기 예정인 식재료들이 주 요리 재료다. 보투라는 “단순히 사람들에게 공짜로 음식을 주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설명이다.
“바가지 올림픽” 원성도
선수촌 식당을 이용할 수 없는 관중ㆍ취재진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경기장 내 식당과 매점의 ‘가성비’는 최악 수준이다. 현지에서 2헤알(약 700원)에 팔리는 500㎖ 생수 한 병을 경기장 매점에선 8헤알에 판다. 자판기 커피도 한 잔에 4헤알을 받는다. 냉동 패티를 얹은 치즈버거와 콜라를 주문하면 26헤알을 내야 한다. 식당에선 무게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탓에 마음 편히 음식을 접시에 담을 수도 없다.
취재진 숙소인 미디어빌리지의 저녁 뷔페는 40헤알. 하지만 음식이 부실하고 초밥 등을 먹으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한다. 이 때문에 “바가지 올림픽”이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맥도날드는 인산인해
리우의 열악한 먹거리 환경 덕에 반사 이익을 누린 곳도 있다. 선수촌과 올림픽공원에 자리잡은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다. 이곳은 올림픽 기간 내내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수에겐 모든 메뉴가 공짜인데다, 리우의 먹거리에 실망한 관중들까지 몰리면서 줄이 100m 가량 늘어서기도 했다.
패스트푸드가 선수들에게 인기를 끝면서 경기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모리셔스 역도 대표팀은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맥도날드 방문 횟수를 한번으로 제한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