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8·KB금융그룹)는 파3 6번 홀(175야드)에서 6번 아이언을 잡고 샷을 했다. 그린 위에 떨어진 공은 몇차례 지면을 튕기더니 홀속으로 쏙 빨려들어갔다. 기분 좋은 홀인원이었다. 남편 남기협(35)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습 라운드를 하던 박인비는 만세를 외치듯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연습 라운드 175야드 한 방에 쏙
“본 대회서도 운 따라주면 좋겠어”
로즈도 1R 홀인원 뒤 남자 금 따
“박상영, 김현우 선수 투혼에 감동”
김세영·양희영·전인지도 각오
여자 골프 대표팀은 대회를 이틀 앞둔 이날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연습을 모두 마친 오후 5시 열린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대표팀 ‘맏언니’ 박인비는 평소 말수가 많지 않지만 이날은 홀인원을 한 덕분인지 평소보다 말을 많이 했다. 코스를 돌아본 소감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코스 자체는 어렵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방향을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코스가 된다. 포대 그린이기 때문에 그린 주변에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이날 평소 잘하지 않는 농담까지 하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전인지가 “3번 홀 해저드 근처에서 큰 쥐를 봤다. 무서웠다”고 하자 박인비는 “나는 10번홀 해저드에서 작은 악어를 봤다”고 말해 웃음바다가 됐다.
선수들은 웃으며 이야기를 하면서도 올림픽 메달 획득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왼손 엄지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 중인 박인비는 “손가락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겠다. 올림픽 정신이란 게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세영은 “10-14에서 뒤집은 펜싱 박상영 선수와 오른팔 탈골에도 포기하지 않은 레슬링 김현우 선수의 투혼에 감동을 받았다. 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카누와 창던지기 국가대표 출신 부모를 둔 양희영은 “부모님이 ‘우리 땐 어떻게 훈련했는지 아느냐’는 말을 수도 없이 하신다. 몸 상태와 샷감각이 모두 좋다. 골프장도 나와 잘 맞는다”고 했다.
이날 오전 화창하고 바람도 잔잔했던 날씨는 오후 3시가 되면서 돌변했다. 순식간에 짙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시속 50㎞의 강풍이 몰아쳤다. 경기장 구역을 나누기 위해 설치한 펜스들이 뒤로 넘어갈 정도였다. 대회 기간에도 강풍이 예보돼 있다.
전인지는 17일 오후 7시52분(현지시간 오전 7시52분)에 1라운드 경기를 시작한다. 박인비와 양희영은 오후 9시3분, 오후 10시36분에 각각 첫 날 경기를 시작한다. 김세영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장타자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과 함께 오후 10시58분에 티오프한다. 개인전으로 열리는 여자 골프는 60명의 참가 선수가 나흘 동안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메달을 가린다.
리우=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