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전기를 사오는 가격인 전기 도매가격은 지난 6월에 65.31원/㎾h으로 2009년 7월(66.39원/㎾h)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유가 등의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이 14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형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전력 판매량이 증가하고 저유가에 따른 비용 감소 효과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 도매가격 7년만에 최저수준
싸게 들여와 누진제 등 비싸게 팔아
야당 “누진 6구간 간소화하거나
미·일처럼 원가연동제 도입 필요”
정부 “에어컨 하루 4시간 틀면 돼”
시민들 “그걸로 폭염 견딜 수 있겠나”
이에 따라 전기요금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이 적극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1일 전기요금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처럼 원가연동제를 전기요금에도 적용해 저유가에 따른 전기 원가 하락을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기자 브리핑을 하고 “주택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0%로 국제적으로 과도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채 실장은 “스탠드형 에어컨 기준으로 3.5시간, 벽걸이형은 8시간 틀면 한 달에 9만~10만원을 더 내는 구조”라며 “이 정도면 버틸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 등에선 “하루 4시간 에어컨 가동으로 폭염을 견딜 수 있겠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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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체 전력 사용량의 13%만 차지하는 가정에만 징벌적 요금을 부과하는 요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6%, 일반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1%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도 에어컨을 사용하는데 주택용에만 누진세를 부과하는 요금 체계는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한전이 전기 공급을 독점하는 시스템을 고쳐 이동통신처럼 복수의 공급 회사가 경쟁을 해서 다양한 요금제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하남현·김민상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