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파의 본색을 감추지만은 않았다. “침략인지 아닌지는 평가의 문제다.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동아시아와 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에는 한중과의 협력적 관계 구축이 불가결하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일본 내 우파 세력과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는 주변국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형국의 답변이었다.
방위상 맡은 대표 우파 이나다
“신사참배는 마음의 문제” 주장
참배 강행 땐 한·일관계에 찬물
보수 본색 드러내긴 쉽지 않을 듯
11월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 관심
외교가에선 일단 그가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배를 강행하면 지난해 11월 한일 정상회담, 12월의 위안부 합의 이래 조성된 한일 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선 국민 여론상 방위 교류나 협력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의 반발도 뻔하다. 참배하면 다음달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중일 정상회담이 물건너갈 것이란 얘기조차 나온다.
여기에 미국도 견제하고 나섰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역사 문제는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참배는 역사 치유와 화해가 아니라는 얘기다. 아베 내각에서도 자제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외상은 5일 “내각의 일원으로 적절하게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나다가 각료로서 보수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 한 한일 관계는 현재의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말 이래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에 개인적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한다(유흥수 전 주일대사).
한일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인 기시다 외상도 이번에 유임됐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파벌 고치카이(宏池會) 회장이기도 하다. 중일 관계는 이번 개각과 관계없이 냉랭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과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거점화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향후 초점은 11월께 일본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될지 여부다. 그럴 경우 박 대통령의 첫 방일이 이뤄지게 된다.
아베의 이번 개각에도 보수 성향의 정치인이 대거 들어갔다. 일본 최대 우익단체 일본회의 관련 단체인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 소속 각료가 아베 총리를 포함해 75%(15명)나 됐다. 지난번 내각 때의 12명보다 3명이 늘었다. 일본회의는 1997년 결성 이래 신헌법 제정 등 우파 운동을 주도해왔다. 보수색이 짙은 ‘신도정치연맹 국회의원 간담회’에는 공명당 출신의 이시이 게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을 빼고 모두 가입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각의 보수 성향은 강하지만 결국 외교안보 정책은 1강 체제 얘기를 듣는 아베 총리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