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깜빡' '잠깐'이 아이를 '지옥'으로 몬다

중앙일보

입력 2016.08.03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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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지옥'으로 내모는 거나 마찬가지다."

뜨거운 날씨 속에 차 안에 홀로 남겨졌다가 사망한 어린이가 미국서 한해 평균 37명에 달한다.

무더위 속 차 안 방치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단체 '키즈앤드카스(KidsAndCars.org)'에 따르면 올해만 이미 23명이 같은 사고로 사망했다.

키즈앤드카스 대표인 자넷 페넬은 "1990년 에어백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아이를 뒷좌석에 태우는 법안이 시행되면서 더운 차 안에 방치된 아이들의 사망률이 급증했다"며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를 태운 것을 깜빡 잊었다가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차문을 잠그기 전에 살펴라'는 의미의 로고(사진)를 내걸고 있다. 1990년 이후 이 같은 사고로 사망한 어린이는 775명에 달한다. 가장 많이 사고가 발생한 주는 텍사스로 동기간 내 106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같은 기간 54명이 사망했다.

사고의 70% 가까이는 부모의 부주의다. 키즈앤드카스에 따르면 사고의 55%는 부모가 아이를 차 안에 남겨 둔 것을 잊어버렸다. 13%는 알고도 '잠깐'이라는 이유로 방치했다. 28%는 아이들이 스스로 차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화씨 90도(섭씨 32도)인 날, 주차된 자동차 안의 온도는 20분 안에 119도까지, 1시간이면 133도(섭씨 56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덥지 않은 날씨일 지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외부 온도가 70도(섭씨 21도) 정도인 선선한 날에도 차 안은 120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실제 화씨 60도 정도의 날씨에 발생한 사고도 적지 않다.

특히 부모들이 간과하는 부분은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체온이 3~5배까지 빠르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단 몇 분은 아이에게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지난달 29일 한국서 4세 어린이가 폭염속에 유치원 차에 방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아이는 7시간 동안 버스에서 방치됐다가 발견됐다. 아이는 닷새째 의식불명 상태다.

이 사건은 지난해 위티어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이헌준군의 사고와 똑 닮아있다. 이군은 지난해 9월 화씨 96도(섭씨 35.5도)를 웃도는 날씨에 창문과 출입문이 모두 잠겨 있는 버스 안의 갇혀 있다가 질식사했다.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지갑이나 휴대폰 등 운전자가 내리기 전 챙겨야 하는 중요한 물품을 뒷좌석에 두고, 물건을 꺼내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한 번 더 챙겨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오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