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마지막 왕비 앤 왕비가 1일(현지시간) 스위스 모르주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92세의 나이다.
앤 왕비는 네 명의 공주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고 루마니아왕가는 밝혔다.
강제폐위된 미하이국왕 곁에서 평생 망명생활 함께 해
이런 격랑에도 불구하고 앤과 미하이의 사랑은 더 뜨거워졌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엔 종교의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프랑스ㆍ덴마크계인 앤은 가톨릭 가문인 반면, 루마니아왕가는 정교회에 속해 있었다. 앤이 미하이와 결혼하려면 로마 교황의 특별승인이 필요했다. 당시 교황 피우스 12세는 두 사람의 혼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1948년 왕위를 내려놓고 스위스로 망명한 미하이국왕과 앤 공주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정교회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망명과 수모의 연속이었다. 일정한 거처를 찾지 못해 이탈리아와 스위스, 영국 등으로 옮겨 망명생활을 이어갔다. 루마니아 공산 정부는 미하이국왕의 시민권을 박탈해 그의 귀국을 영구 봉쇄해버렸다. 대중적 지지가 정권에 위협적이라고 여겨서다. 미하이국왕 부부의 시민권이 회복된 것은 1997년 에밀 콘스탄티네스쿠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였다. 그러나 앤 왕비가 죽기 직전까지 스위스에 거주하며 루마니아를 오갔다.
앤 왕비는 미하이국왕에게 헌신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미하이국왕과 공주 5명이 있다.
루마니아왕가는 13일 쿠르테아 데 아르제슈에서 앤 왕비의 장례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