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남(37) 남자유도대표팀 코치가 훈련 종료를 알리자 50여 명의 선수들이 일제히 자리에 주저앉았다. 잠시 쉬며 기력을 회복한 선수들은 부리나케 도복을 챙겨 식당으로 향했다. 밀려드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였다. 텅빈 체육관에는 4명의 사나이가 남아 추가 연습을 자청했다. 73㎏급 안창림(22), 66㎏급 안바울(22), 60㎏급 김원진(24), 90㎏급 곽동한(24) 등이었다.
조센진 놀림받던 재일동포 안창림
하루 5끼 몸무게 10㎏ 늘린 안바울
60㎏급 김원진과 막강 트리오 구성
송대남 스파링 파트너였던 곽동한
90㎏급 2위, 강력한 금메달 후보
유도 종주국 일본을 포함한 경쟁국 사이에선 한국 유도가 경계 대상 1호다. 리우 올림픽을 준비 중인 한국 대표팀은 김재범(31)과 왕기춘(29)을 앞세웠던 2012년 런던 대회때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정복(62) 감독은 “한국 남자 유도가 이렇게 강했던 적이 또 있을까 싶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안창림을 일으켜 세운 건 ‘지독한 연습’이었다. 그는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나는 연습벌레다. 업어치기가 제대로 안 되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될 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했다. 쓰쿠바대 2학년이던 2013년 전일본학생선수권 73㎏급에서 우승한 뒤 일본 유도계로부터 귀화 권유를 받았지만 그는 단번에 거절했다. 대신 2014년 2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안창림은 “한국 사람은 태극마크를 달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른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 땅을 밟은 지 9개월 만인 2014년 11월 안창림은 73㎏급 국가대표 1진이 됐다. 기술 위주의 일본, 체력을 중시하는 한국, 두 나라 유도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 ‘완전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안창림은 “처음엔 문화 충격도 받았다. 일본에선 오전에 기술 위주로 1~2시간 훈련하는 게 전부인데, 한국에서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실전 훈련까지 쉴 틈이 없었다”면서 “훈련량이 아까워서라도 절대 질 수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체육관을 나서기 전 힘겨운 훈련을 어떻게 견디는지 물어봤다. 고무줄을 양손으로 감아쥔 안창림이 말했다. “한 번 더 메치고, 한 번 더 당기면 메달 색이 바뀔 거라 믿어요. 새로운 한판승의 사나이가 되고 싶습니다.”
피주영·김원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