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지난 5월 13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입주자대표회장 주모(60)씨는 지하주차장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공사의 업체 선정을 주도했다. 그런데 구청에서 “업체 선정에 문제가 있으니 입찰을 다시 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관리소장 김국진(59)씨는 계약서 확인을 요구했고, 주씨는 “니가 뭐야 이 XX야! 니놈은 종놈이야! 주인이 시키는데 종놈들이 건방지게”라고 폭언을 했다.
주택관리사들이 주민대표의 ‘종놈’ 폭언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초구 아파트서 ‘주민 갑질’ 소식
전국 주택관리사 릴레이 상경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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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사례도 흔히 발생한다. 서울 성북구 C아파트에 근무했던 이모(45·여)씨는 지난 11일 주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 주민이 아파트 뒤 풀을 마음대로 잘라내고 들깨·호박을 심어 비에 토사가 유출됐다. 주민들이 소송을 하기로 해 관리소장인 내가 소송대리인이 됐다. 그런데 문제를 일으킨 주민들이 ‘주민을 고소하는 악질 소장’이라며 나를 해고하라고 위탁업체를 압박했다 ”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지역 경비원 455명 중 22%가 ‘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주택관리사나 경비원 등 공동주택 관리직에는 은퇴자들이 몰린다. 한 관리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수십 년 일해 온 사람이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 전문성도 갖췄지만 부당한 대접에 힘겨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반퇴 시대’의 그늘이다. 황장전 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장은 “부당한 간섭이나 해고를 막기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