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 사들인 MS…덜컥수냐 묘수냐

중앙일보

입력 2016.06.15 00:01

수정 2016.06.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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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금고를 열자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이 출렁였다. MS가 1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인 링크드인을 262억 달러(약 31조원)에 사들인다고 발표하자 SNS 업계에 지각변동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과연 MS의 전략이 시장을 흔들 것인가.

일단 M&A 규모는 엄청나다. MS의 인수 가격은 주당 196달러다. M&A 발표 직전인 지난주 말 주가인 131.08달러보다 약 50% 정도 웃돈을 얹어 주는 거래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발표된 M&A 가운데 세 번째로 큰 딜”이라고 했다.
 

자료: MS·블룸버그


링크드인은 구직자와 채용자를 연결해 주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다. 회사 쪽에서 주장하는 가입자는 4억 명 정도다. 올해 1분기에 매출액 8억 달러를 거둬들였다. MS의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는 이날 CNBC에 출연해 M&A를 성사시킨 다른 경영자들처럼 밝은 희망을 말했다.

인수대금 31조 기업가치 91배
월가선 “너무 비싸게 샀다”
노키아 인수 등 M&A 흑역사

그러나 월가 사람들은 M&A 발표가 나오자마자 주판을 튕겨 “MS가 너무 비싸게 샀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링크드인의 순수영업이익(이자 등 영업외 수익을 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기업 가치와 MS의 인수대금을 견주면 91배에 이른다”고 전했다. 올 들어 이뤄진 M&A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톰슨로이터는 “역대 MS의 딜을 살펴보면 인수 가격은 순수영업이익 기준 기업 가치의 34배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CEO인 나델라가 링크드인을 접수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많은 현찰을 주기로 한 셈이다.
 

자료: MS·블룸버그


링크드인 성장성도 미심쩍다. 블룸버그가 월가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4.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내년부터 2년 동안 19%대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2011년 증가율 114.8%와 견주면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MS의 링크드인 인수는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특히 과거 ‘M&A 흑역사’를 돌이켜보면 MS의 도전이 성공할지 단언하기 어렵다. MS가 종전에 단행한 대형 M&A가 대부분 실패로 끝나서다.


대표적인 게 스마트폰 사업이다. MS는 2014년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72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을 선점한 구글과 애플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MS의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점유율은 2.2%에 머물렀다. 결국 MS는 지난달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대만 폭스콘의 자회사인 FIH모바일에 3억5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MS의 치욕은 더 있다. 2011년 85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영상통화·메신저 스카이프(Skype)나 2012년 12억 달러에 인수한 기업용 SNS 야머(Yammer)도 모두 MS 품으로 안긴 뒤 활기를 잃었다. 이런 역사 때문인지 링크드인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MS의 주가는 2.6% 하락했다.

반면에 SNS 분야의 한계 기업인 트위터의 주가는 이날 3.78% 뛰었다. 전날까지 나흘 동안 10% 가까이 추락했던 종목이다. MS의 링크드인 고가 인수를 계기로 트위터도 비싼 값에 팔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탓이다. 블룸버그는“트위터가 M&A되면 SNS 빅3 가운데 페이스북만 홀로 남게 된다”고 보도했다.

강남규·박수련 기자 dism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