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을 접한 롯데그룹의 신동빈(61) 회장은 그룹 고위 관계자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멕시코서 열린 스키연맹 총회 뒤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 기공식 참석
내부선 조기 귀국도 검토했으나
당초 정해진 일정 다 소화하기로
11일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사건이 터진 직후 비서실을 통해 몇 차례 상황과 분위기를 보고 받았다”며 “검찰 수사가 포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룹 총수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귀국 후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의혹을 풀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서는 20일 귀국을 예상하고 있지만 일본 주주총회 등에 따라 귀국일이 조금 더 늦어질 수 있다”며 “다만 의식적인 지연으로 보일 수도 있어 귀국일이 너무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롯데 고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이후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정감사에 직접 출두한 것처럼 이번에도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등의 의혹에 대해 원칙대로 직접 본인이 밝히고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피의자 리스트’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그룹 정책본부장인 이인원 부회장과 운영실장 황각규 사장, 커뮤니케이션실장 겸 대외협력단장 소진세 사장과 주요 계열사 대표 등 롯데 핵심 임직원 십수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당일인 지난 10일에도 롯데백화점 이원준 대표가 임의동행 형식으로 조사를 받고 당일 늦은 시각에야 나왔다.
롯데는 의사 결정권을 가진 인사들이 이미 출국금지를 당했고 향후 줄소환될 경우 사업 자체가 ‘올 스톱’ 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주말인 11일 롯데그룹과 롯데백화점 등은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모인 임원들은 “당장 국내외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없게 됐다” “상대 회사와 계약 파기에 해당하는 상황에선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각자 위치에서 흔들림 없이 부문별로 직원들 동요를 막아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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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성장동력 사업으로 추진하던 몇몇 프로젝트는 타격이 현실화했다. 신 회장은 오는 7월 한국롯데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측 지분 비율을 낮추고 ‘롯데=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확대로 투자자를 상대로 정상적인 공모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화학 부문에선 액시올 인수가 철회됐고 유통 부문 성장 사업인 면세점은 올 연말 매출 6000억원을 올리던 월드타워점 탈환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총수 일가나 경영권 분쟁은 둘째치고 사업 자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굴뚝 산업 못지않게 유통·서비스업의 고용과 사업 효과가 큰데 그룹 전체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고 보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소아·곽재민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