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古) 양대진 주무관 빈소. [사진 곡성군]
2일 곡성군 등에 따르면 유씨의 아버지 등 가족들이 2일 양씨의 빈소를 찾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양씨 유족이 "유씨(공시생)의 가족도 어렵게 사는 것으로 안다. 보상은 바라지 않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면 됐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곡성군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오전 곡성군청사 청소 담당자인 장춘재(74)씨가 양 주무관이 일했던 기획실 홍보팀을 찾아왔다. 업무 특성상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장씨는 보도자료 담당자로서 언론보도 기사 스크랩과 분석을 위해 오전 8시쯤이면 군청에 도착하는 양 주무관과 자주 마주쳤다.
장씨는 유족에게 전해달라며 홍보팀 직원들에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 봉투 속에는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한 짤막한 글과 조의금이 들어있었다. 장씨는 "성실한 공무원이었는데…"라며 동료를 위로했다.
곡성경찰서 경무과에서 홍보 담당으로 일하며 양 주무관과 비슷한 업무를 해온 경찰관도 홍보팀에 찾아와 조의금을 두고 갔다. 이 경찰관은 "묵묵하게 일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추모했다.
곡성군은 사고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 정례조회와 이날 내부 직원 교육을 취소하며 양 주무관을 애도했다. 유근기 군수는 당초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거나 연기한 채 전날부터 이틀째 고인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동료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양 주무관의 초임지인 경기 여주시에서 2010년 고인을 처음 알게 됐다는 동료 공무원은 곡성군청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추모 글을 남겼다. 이 공무원은 "직원들에게는 우애좋은 동료, 이장님과 주민들에게는 봉사하는 공무원, 항상 가족을 위해 살아가셨던 인자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다"며 "고향 근처인 곡성군청으로 전출이 확정되었다고 좋아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적었다.
이밖에도 곡성군민을 비롯해 전국에서 양 주무관의 유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가 군청에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곡성군은 공무원연금을 못 받는 양씨를 순직 처리 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현행 공무원 연금법 시행규칙(14조)에는 '출퇴근 중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 공무상 사망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어 순직처리에 따른 유족급여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앞서 영화 '곡성' 개봉에 발맞춰 지역 알리기에 앞장섰던 양 주무관은 지난달 31일 오후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아파트에서 투신한 대학생과 부딪혀 숨졌다.
곡성=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