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차이의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에도 대만의 신정부 출범을 겨냥한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 제31집단군은 대만과 마주보는 푸젠성 샤먼(厦門)에서 수륙양용장갑차를 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했다. 대만 서부해안을 가상 목표로 삼은 상륙훈련임이 분명해 보였다.
독립 성향 강한 정권 출범에 촉각
대륙 관광객·수출 줄어 경제 타격
‘92공식’ 모호하게 표현 할 가능성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영향이 나타났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자라알, 석반어 등 해산물의 대륙 수출량이 예년의 절반 가량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양식업자 류펑춘(劉豊春)은 “대륙 쪽에서 구매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특산품인 파인애플도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이달 들어선 대만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마저 뚝 떨어졌다. 대만 언론들은 중국의 전방위 공세를 ‘문공무위(文功武威)’란 말로 요약했다.
그런 속에서도 대만은 차분하게 취임식 준비를 이어갔다. 취임식 행사장인 총통부 광장 주변에서 무대 점검과 예행 연습으로 분주한 것을 제외하면 시민들의 일상 생활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20일 취임식에는 대만 수교국인 22개국이 축하 사절을 파견했다. 일본도 수교국이 아니지만 다수의 현역 의원 등 252명으로 이뤄진 대규모 사절단을 보냈다. 한국에선 한·대만 의원 친선협회 회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 등 수명이 취임식에 참석한다.
관심의 대상인 차이 총통의 취임사에 대해 민진당 관계자는 “분량으로 따지면 내정에 대한 언급이 많고, 양안관계에 관해선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92공식(共識)’의 인정 여부가 최대 관심사지만, 차이 총통이 이를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만독립’을 명기한 민진당의 강령에도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000년 집권했던 천수이볜(陳水扁) 시절처럼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해 양안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차이 총통에 떨어진 발등의 불은 경제 회복이다. 대만 경제는 지난해 1% 성장에도 못 미쳤다. 이를 감안하면 차이 총통은 ‘92공식’에 대해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92년 양안 당국자간의 회담이 있었던 역사적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않고 넘어가는 방식이다.
◆92공식=1992년 양안 당국자간의 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되, ‘중화민국’ 명칭 사용 등에 대해서는 각자의 해석에 맡긴다는 합의를 말한다.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은 이를 인정하지만 민진당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타이베이=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