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과 고향 이웃 이원종 “노무현 정부 이후 못 만나”

중앙일보

입력 2016.05.16 02:25

수정 2016.05.1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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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은 ‘9급 공무원의 신화’로 통한다. 2년제 체신학교를 나와 1963년 서울 광화문전화국에 취직한 그의 첫 보직은 공중전화 동전 수거 담당이었다. 하지만 야간대학에 다니며 행정고시에 도전했고, 66년 합격한 뒤 40년 공직생활을 하며 시·도지사만 4차례(서울시장 1차례·충북도지사 3차례) 지냈다. 충북도지사 두 번(1998~2006년)은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선출직이었다.

2005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소속으로 민선 지사 2기 임기 만료를 1년 앞두고 정계 은퇴를 할 때는 박근혜 대통령과 다소 서먹한 관계라는 소문도 있었다. 정우택(현 국회 정무위원장) 당시 자민련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이원종 지사에게 도전장을 던졌는데 “정 전 의원이 당 대표의 공천장을 들고 내려왔다”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박 대통령이었다.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이 실장이 반 총장보다 두 살 위
충청권 “서로 존재 의식해 왔을 것”
9급 공무원 신화, 행정의 달인
서울시장 1번, 충북지사 3번 지내
인사 때마다 ‘충청 총리’ 하마평

하지만 박 대통령은 2013년 6월 이 실장을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에 발탁했다. 이후 독자 예산이 없는 위원회를 이끌면서도 이 실장은 성과를 내며 능력을 입증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발전위 관계자는 “위원회가 취약 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이라는 걸 하는데 이 실장은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그쪽 예산을 가져다가 위원회 사업으로 진행시키더라”고 말했다.

이런 면모 때문에 이 실장에게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명도 따라다닌다. 지역발전위원장은 장관급이지만 경비와 수당만 지급될 뿐 봉급은 없다. 이 실장은 현 정부 들어 총리 인사가 있을 때마다 ‘충청권 총리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이 실장은 97년 대선 때는 이회창 후보의 충북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하지만 ‘DJP(김대중·김종필) 연립정부’였던 98년 지방선거에는 자민련에 입당해 DJP 단일 후보로 충북도지사에 당선됐다. 자민련의 세가 약해지던 2002년 선거 때는 한나라당으로 충북도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그 때문에 여권과 야권의 충청권 인사들과 두루 인연이 있다. 이 실장의 기용을 야당과의 협치(協治) 구상과 연관 짓는 이유다.


 

반기문 총장

이 실장의 고향(충북 제천)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출신지(음성)와 ‘이웃한 동네’다. 나이는 이 실장이 두 살 위(1942년생)다. 이 실장은 공직에 입문한 뒤 주로 서울시에서 근무했고, 반 총장은 외교부에서만 일해 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고 한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최소한 최근 6~7년 동안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도 15일 기자들을 만나 “반 총장과는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이 부부 동반 초청을 해 옆자리에서 만찬을 한 이후로는 못 만났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의 기대는 크다. 새누리당 충북 지역 20대 총선 당선자 중 한 명은 “이 실장과 반 총장이 친하지는 않더라도 같은 지역 인재로서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의식해 왔을 것”이라며 “이번 실장 인사를 최소한 충북에서는 반 총장과 묶어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북 제천(74세) ▶제천고-체신학교-성균관대 행정학과 ▶행정고시 합격(4회) ▶청와대 비서실 내무행정비서관(노태우 정부) ▶서울시장·충북도지사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장관급)

남궁욱·유지혜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