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선의 특징은 파격적인 세대교체보다는 조직 안정을 택한 것으로 요약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원로들의 교체는 찾아보기 어렵고 당·정·군 주요 부문에 검증된 인물 위주로 포진을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노·장·청 조화를 꾀한 인사”라고 분석했다.
◆‘컨트롤타워’ 정치국=당 정치국은 최고지도자가 필요할 경우 소집해 중요한 정책과 인사 결정을 내리는 핵심 기구다. 2013년 12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하는 결정을 내린 곳도 당 정치국 회의였다. 그만큼 북한 권부의 핵심이다.
스위스 김정은 유학 도운 이수용
강석주 자리 맡아 대외정책 챙길 듯
‘미사일 총책’ 이만건 군수공업부장
정치·정무국, 군사위 동시 진입
숙청설 이영길은 정치국 후보위원
조직 정원을 늘린 것뿐 아니라 상당 폭의 승진 인사도 했다. 박봉주와 최용해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새로 합류했고 이수용·김평해·김영철·이만건·노두철·박영식·이명수·최부일 등 8명이 정치국 위원에 발탁됐다. 김평해·노두철·최부일은 후보위원에서 한 단계 승진했다.
기존 정치국 위원이던 김원홍(국가안전보위부장)과 함께 새로 진입한 박영식(인민무력부장)·이명수(총참모장)·최부일(인민보안부장) 등 4명을 정치국 위원에 포진시킨 건 “정보·군 ·치안 등 북한 체제 유지의 버팀목이 되는 직책을 중용한다는 김정은 생각이 반영된 것”(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이라고 한다.
◆‘뜨는 별’ 3인방=2년 만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복귀한 최용해는 이번 인선의 하이라이트다. 비서국을 대신해 신설된 정무국의 부위원장(옛 당 비서) 9명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같은 상무위원인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황병서(군 총정치국장)·박봉주(내각 총리)가 각각 입법기관·군·내각을 대표한다면 최용해는 ‘당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수용 외무상과 이만건 당 군수공업부장의 급부상도 눈에 띈다. 1988~2010년 스위스 대사 등을 지낸 이수용은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스위스 유학 시절 뒤를 봐준 인물이다. 이수용은 와병설이 도는 강석주(전 당 국제담당비서)의 자리를 대신 맡아 김정은 시대의 대외 정책 전반을 관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만건도 정치국 위원에 새로 진입했다. 특히 ▶정무국 부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에 이름을 올리며 ‘3관왕’을 차지했다. 올 초 당 군수공업부장에 기용된 이만건은 김정은이 올해 핵·미사일 발사를 기념해 사진 촬영을 할 때 등장했던 인물이다. ‘미사일 총책’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엔 안보리 제재 명단에도 올랐다.
정치국 위원 중 이용무(91), 후보위원 중 오극렬(86)이 이번에 빠진 것은 고령 인사 교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도춘(전 당 군수담당비서)도 정치국 위원에서 물러났다. 9명으로 확대된 정치국 후보위원에는 이용호(외무성 부상) 등 7명이 새로 합류했다. 이용호는 이수용이 맡아온 외무상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무수단 미사일 실패로 몰락한 김낙겸=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당내 군사와 관련된 최고 기구다. 그런 당 중앙군사위원에서 김낙겸(전략군사령관)이 빠졌다. 전략군은 단·중거리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관할하는 부대다. 김정은 시대 들어 승승장구하던 김낙겸은 당 중앙군사위원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제외됨으로써 지난달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 발사 실패로 인한 경질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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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는 “무수단이 연이어 발사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기자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낙겸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는 이름을 올렸다.
정보 당국이 지난 2월 숙청됐다고 한 이영길(전 총참모장)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에 이름을 올려 건재를 과시했다. 노동신문 사진에서 상장(별 3개)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사상 학습, 노동을 통한 재교육 등 혁명화 과정을 마치고 복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구·정용수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