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분양사업을 통해 바둑이와 가족이 된 김점순(85)씨.
김씨와 바둑이의 만남은 속초시와 한국애견협회 속초지회, 속초시정신건강증진센터가 힘을 모아 성사됐다. 세 기관은 지난달 20일 속초시농업기술센터에서 어르신 반려동물 입양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외로운 노인에게 새 가족을, 유기견은 자신을 아껴줄 주인을 만나게 해주자는 취지였다.
속초 애견협회·정신건강증진센터
독거노인에게 반려동물 분양 사업
외로움 잊게 하고 생활에 새 활력
속초시도 하반기부터 예산 지원
매년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유기동물은 8만1147마리(2014년 기준). 이 중 22.7%(1만8436마리)가 ‘썩시콜린(Succicholin)’ 등 주사를 맞고 안락사한다. 이에 따른 비용만 104억원에 달한다. 한국애견협회 속초지회 김성환 기획이사는 “안락사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사업을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이라고 말했다.
현재 속초의 보호소에선 유기동물 43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적정 수용규모는 50마리로 유기동물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안락사가 불가피하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 보호기관에 들어온 때를 기준으로 10일 이후 부터는 안락사시킬 수 있다. 속초의 경우 지난 3년(2013~2015년)간 1117마리의 유기동물이 포획됐는데 이 중 124마리가 안락사하거나 자연사했다.
속초시는 반려견 입양사업이 노인자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지난해 노인 2356명을 대상으로 마음건강 전수 조사를 한 결과 자살을 생각했던 독거노인이 209명(8.9%), 시도한 적이 있는 독거노인이 84명(3.5%)으로 집계됐다.
정신건강증진센터 최종구 팀장은 “독거노인 대부분이 외로움을 호소하는 데 반려견과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며 “상담·관리 중인 노인들에게도 유기견 분양을 권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견협회는 유기견을 분양받은 노인들에게 사료와 미용, 병원 진료비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속초시는 하반기에 300만원의 예산을 확보, 사업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노인과 동물복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차원에서 분양사업을 시작했다”며 “공무원과 애견 전문가들이 수시로 방문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