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노인복지센터·요양병원만 북적의성읍내에는 작은 결혼식장이 두 곳 있다. 예식이 많지는 않다. 기자가 예식장 한 곳에 “6월에 주말 아무 때나 예약이 가능하냐”고 문의했더니 “6월 둘째 주부터 토·일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최소 3~4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는 서울과는 딴판이다. 의성읍에는 없는 게 하나 있다. 산부인과다. 분식집을 하는 한 상인은 “산부인과가 읍내에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며 “애 낳을 사람이 별로 없는데 장사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의성읍에 있던 유일한 산부인과는 18년 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후 의성군에는 산부인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올 3월 의성군 안계면에 있는 영남제일병원에 외래 산부인과가 개설됐다. 의성군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분만 의료 취약지 외래 산부인과 개설사업에 선정돼 올 3월부터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의성읍에는 수도권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 있다. 바로 노인복지센터다. 노인을 대상으로 방문 요양과 방문 목욕 서비스를 하는 노인복지센터는 의성군청 인근 5분 거리에만 6곳이 있었다. 요양병원과 실버 쉼터 등도 눈에 띄었다. 의성군청에 따르면 의성군 내에는 38개의 크고 작은 병원이 있는데 이 중 5곳이 요양병원이다. 또한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자주 찾는 치과와 한의원이 각각 10곳이다.
20~39세 여성 비중 전국 최저 … 지난해 사망자 수, 출생자의 3.4배 수준
자녀를 낳을 사람은 줄고 노인 인구가 늘면 시간이 지날수록 인구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의성군 인구 중 20대 비중은 7.6%, 30대는 7%다. 50대는 18.6%, 60대는 18.2%, 70대는 18%다. 심지어 80대 이상 인구(5230명)가 20대 미만(5333명)과 거의 비슷하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20~30대의 남녀 비율이다. 의성군에는 초등학교 17개, 중학교 11개, 고등학교 8개가 있다(분교 제외). 이들 초·중·고생이나 미취학 아동의 남녀 성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20대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의성군의 20대 인구 중 남성은 2348명, 여성은 1773명이다. 비율이 57대 43이다. 30대로 가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30대 인구 중 남성은 59%(2201명), 여성은 41%(1567명)다. 이런 비율은 50대로 가면서 점차 줄어 60대 이상에서는 여성 인구 비중이 더 커진다.
l “인구 모자라 선거구 통합될 때 자존심 상해”지난 2000년 의성군의 20~39세 여성 비중은 9.4%였다. 15년 사이 3.2%포인트 감소했다. 그만큼 젊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의성군을 더 많이 떠났다는 얘기다. 이런 결과는 출생·사망자 현황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의성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의성군에서는 255명이 태어났고 874명이 사망했다. 사망자가 출생자의 3.4배 수준이었다. 이는 전국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는 43만8700명이 태어났고 27만5700명이 사망했다. 하루 평균 1202명 출생, 755명 사망이다. 출생이 사망보다 1.6배 수준이다. 의성군이 왜 전국에서 가장 늙은 도시가 됐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의성군청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 총선 때 지역구 인구가 모자라 인근 상주시와 통합됐는데 상주시에서 반대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존심이 상했다”며 “이번 선거구 통합으로 우리 지역이 얼마나 낙후됐는지 새삼 깨달은 지인이 많다”고 말했다. 염매시장 인근에서 만난 한 상인은 “여기는 경북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이라며 “젊은 애들이 할 일이 없어서 다 고향을 떠나는데 어떻게 발전을 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김재원이가 여기 국회의원이었는데 그동안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군위·의성·청송이 지역구였던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경선 탈락했다). 한 식당 사장은 “그나마 읍내야 젊은 애들이 많지 면으로 가면 죄다 노인들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의성읍 인근 점곡·옥산·사곡·단촌면을 차로 2시간 정도 구석구석 다녔지만 20~30대 청년을 마주치기 어려웠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의성에서 태어난 이들은 ‘나의 살던 고향’을 잃을지 모른다.
- 경북 의성=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