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사라투가 맞아요. 얘야 살아있었구나…” 영상에서 자신의 딸을 알아본 나이지리아 여성 리프카투 아부야가 노트북 화면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꼬박 2년 만에 보는 딸의 얼굴이었다.
미국 CNN방송이 13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의해 납치된 여학생들의 일부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도했다. 또 피랍자 가족을 직접 찾아가 이를 보여줬다.
2년 전 나이지리아서 276명 잡혀가…CNN, 화면 입수해 가족에게 보여
CNN은 “이 영상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보코하람과 협상에 나서면서 보코하람 측이 인질(여학생들)의 생존을 확인하는 증거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코하람 측이 이 영상을 찍어 정부 측 협상단에 보냈으나 그동안 아무도 피랍자 가족에게 보여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나이지리아 정부가 이들을 되찾아오도록 촉구하려는 사람이 이 영상을 CNN에 건넸다”고 밝혔다.
이 영상은 지난해 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2분짜리 이 영상의 말미에서 자카리라는 이름의 소녀는 “치복 소녀들을 대표해 2015년 12월 25일에 말합니다”라며 “우리 모두 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영상에는 이슬람권 여성들이 입는 전통 복식으로,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온몸을 가리는 망토 모양의 ‘아바야’를 입은 소녀 15명이 나온다. 이들은 위치를 짐작할 수 없는 누런 벽을 배경으로 서 있다. 일부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대체로 침착하고, 학대 흔적은 크게 없어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라이 모하메드 나이지리아 정보부 장관은 CNN에 “(보코하람과)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협상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보코하람은 여학생을 풀어주는 대가로 나이지리아 곳곳에 수감된 보코하람 대원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리프카투는 “할 수만 있다면 노트북 화면에서 내 딸을 끄집어내고 싶다”며 “정부가 하루 빨리 딸들을 구해주길 기도한다”며 울먹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