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주택에서 삶터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굴한 네 청년이 있다. 이들은 1970년대 서울 목동에 지어진 대지면적 63.20㎡(약 19평)의 이층 주택을 매입해 3층(+4층 옥탑방)으로 증축했다. 지난 2월 완공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의 신분도 바뀌었다. ‘만년 세입자’에서 집주인으로, 회사원에서 사업자로 변신했다. 생활건축사무소의 네 공동대표, 강홍구(32), 노준영(34), 정인섭(33), 홍성준(36)씨의 이야기다.
에코세대 내집 프로젝트 ①노후 주택에 답 있다
건축가 4명 ‘공동 삶터’ 실험
“모두 집주인되고 사무실 생겼죠”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필요한 일을 하는 건축가가 되자. 건축사무소 창업도 하고, 방에서 방으로 옮겨다니기던 서울 생활을 안착시킬 우리 집도 짓자”며 넷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두 명은 증축 현장에서 직접 일하고, 두 명은 아파트 인테리어로 돈을 벌면서 증축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집을 살 때 부모님은 아파트도 아니고 낡은 주택을 사서 괜찮겠느냐, 증축할 때 부동산 중개업자는 집의 천장 높이가 각각 달라 일반적이지 않은데 괜찮겠느냐, 걱정을 했죠. 졸지에 이단아가 됐습니다.”(정인섭)
사실 네 청년은 노후주택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값이 싼 것은 기본이다. 생활집의 1층 용도는 제1종근린생활시설로, 상가로 쓸 수 있었다. 신축보다 증축을 택한 건 1층 상가 공간을 살리기 위해서다. 생활집은 70년대에 지어져 주차장이 없었다. 늘어나는 면적(단독주택 100㎡당 주차 1대)에 한해서 지금의 주차장법을 따르면 됐다. 증축하는 3층 면적은 50㎡ 미만, 법규 상 필요한 주차 대수는 0대다. 1층을 주차장이 아닌 상가로 쓸 수 있었다.
네 청년은 집을 사고 1년을 살아본 뒤 공사를 시작했다. 옛 집이다 보니 제대로 된 설계도면도 없었다. 살면서 모자란 부분을 체크했다. 지난해 10월 공사를 시작해 겨울을 꼬박 넘겨 끝냈다. 영하 18도까지 내려간 혹한 속에서 연탄을 태워가며 버텼다. 노씨는 “현장 일꾼들과 함께 바닥 공사부터 같이 해서 생활집을 보면 엑스레이 투시하듯 그 속의 배관 등이 훤히 보인다”며 웃었다.
생활집은 2층까지 옛 주택의 외벽돌을 유지한 채 내부만 고쳤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는 원룸 건물 사이에 옛 집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남길 바라서다. 생활집의 층 별 면적은 작지만 3층까지의 공간을 모두 합치면 126㎡(옥탑방 면적 제외)에 달한다. 인근 49평 아파트의 전용면적 수준이다.
작아도 꽉 찬 집이다. 비싸지 않고, 공간 효율을 최대화한 실속형 집이다. 1층은 사무실로, 2층은 네 청년의 공용 거실 및 주방으로 쓴다. 화장실의 샤워실·변기·세면대는 각각 공간을 분리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쓸 수 있게 했다. 3층과 옥탑방을 포함해 방은 총 3개. 두 명은 함께 방을 써야한다. 하지만 지금껏 살던 집에는 없던 옥상 테라스가 있다. 일상 공간이 일터가 됐고, 동업자들과 한 집 사람이 됐다.
원하는 곳에 뚫린 창문 덕에 빛이 잘 들어와요. 2층 주방과 거실이 넓어서 안 하던 요리도 합니다. 아파트에서 보다 삶의 질이 훨씬 올라갔죠. 생활건축소의 첫 삽도 푹 떴으니 앞으로 열심히 지어볼 참입니다.”
글=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