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은 18일에도 소득 없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비공개로 당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지난 16일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의 공천 탈락에 대해 공천위에 재의를 요청했지만 이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자 최고위 차원에서 다시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김 대표가 의결을 거부한 8곳의 공천안에 대해 추인부터 요구하고 나섰다. 회의장 밖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고함을 치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특히 김 대표는 “(이런 공천은) 옛날 독재 정권에서 하던 얘기”라며 공천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을동 최고위원도 “여기가 공천위 하는 일 승인이나 해주는 데냐”고 따졌다.
8곳 공천안 의결 놓고 힘겨루기
최고위 회의 책상 치고 고함 오가
공천안 표결, 비박계 반대로 무산
심야회의선 안대희·전하진 확정
하지만 이 위원장은 ‘휴업’으로 맞섰다. 최고위 결정 직후 그는 오후 2시로 잡혀 있던 공천위 회의를 취소해 버렸다. 이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외부위원들이 김 대표가 사과해야 회의에 참석하겠다고 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자기 문제 때문에 당이 피해를 입고 있으니 알아서 해야 한다. (나는) 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탈당하거나 불출마를 선언할 때까지 공천위는 아무런 결정도 내려주지 않겠다는 ‘고사 작전’을 시사한 것이다.
이런 이 위원장의 공천위 휴업 때문에 오후 9시에 재개된 최고위에서도 비박 대 친박 간 충돌만 되풀이한 뒤 두 시간 만에 끝났다. 김 대표는 “주호영 의원 건을 재의하라고 최고위에서 합의를 했는데 왜 공천위는 안 하느냐”고 화를 냈다. 이에 맞서 이인제 최고위원은 “(유승민안은 공천위에서) 표결을 하자니까. 지금 장난하는 거냐”고 화를 냈다. 그가 “모든 책임을 대표가 지라”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최고위도 종료됐다.
다만 이날 최고위는 16일 보류했던 공천안 중 3곳에 대해서는 확정을 지었다. 진영 의원이 탈당한 용산은 여성우선추천 지역으로 돌리기로 했다. 강승규 전 의원이 탈당한 마포갑에는 안대희 최고위원,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탈당한 분당을에는 전하진 의원의 공천을 확정 지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공천 갈등에서 유리한 쪽은 이 위원장과 친박계다. 24~25일이 후보등록일인 만큼 전국의 후보들은 “김 대표 때문에 후보 등록을 못하게 생겼다”고 압박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공천장에 대표직인을 안 찍어주는 ‘옥새 작전’을 쓸 순 있지만 이럴 경우 여당이 총선 후보를 못 내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혼자 져야 한다. 김 대표로선 진퇴양난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관련기사
① 새누리 공천 받은 58%가 친박
◆낙천자들 줄줄이 탈당=김 대표와 이 위원장의 ‘고래싸움’을 지켜보던 낙천자들은 줄줄이 탈당을 택했다. 이날 유승민 의원의 최측근인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친김무성계로 분류되는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의원도 당을 나갔다. 18일까지 낙천에 반발해 탈당한 여당 의원은 이들 외에 김태환·진영 의원까지 모두 4명이다.
남궁욱·김경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