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할 게 뭐 있어. 그만큼 설명해줬으면 됐지!”
16일 오후 6시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를 떠나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무성 대표와 더 소통할 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날 김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 후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 최고위 전체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최고위 결정 이후 속전속결로 ‘반려’ 입장을 내놨다. 김 대표 및 최고위의 요구에 이 위원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TK서 6명밖에 안 날아가느냐”
농담처럼 말했지만 결국 현실로
‘보이지 않는 손’ 논란 더 거세져
‘TK(대구·경북) 물갈이설’도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달 25일 공천 면접에 앞서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TK에서 현역 의원 6명을 날린다는 설이 돈다”는 질문에 “대구만 해도 현역이 12명인데 어떻게 TK에서 6명밖에 안 날아가느냐”고 반문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대구 지역에서만 현역 12명 가운데 8명(불출마 2명 포함)이 물갈이됐다. 권은희·김희국·류성걸·홍지만(이상 유승민계) 의원과 주호영·서상기 의원이 물갈이 리스트에 올랐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신인들의 장벽을 낮춰주기 위해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를 원칙으로 하고 후보 간 합의가 안 되면 3(당원)대 7(일반국민)로 가겠다”고 말했다. 예외와 원칙을 뒤바꾼 셈이다. 이 위원장 말대로 서울 종로 등 후보 들끼리 합의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경선은 국민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진행됐거나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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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이 한 달 전 그린 밑그림이 현실화하면서, 그 밑그림을 그린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논란도 증폭됐다. 이 위원장은 하루 9명의 현역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 15일, 유승민 의원 공천 문제를 논의한 16일에 오후 2시 회의를 시작했다.
공천위 사정을 잘 아는 당 관계자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오후에 회의를 잡는 게 납득이 안 간다. 오전에 누굴 만나서 전략회의라도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