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a.n.i.l.e. campanile(종탑).”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에서는 ‘2016 내셔널 스펠링비’(National Spelling Bee) 대회가 한창이었다. 세종 양지중 1학년 정희현양이 단어의 철자를 말하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That‘s correct(정답입니다).” 심사위원의 이 말로 대회 우승자가 가려졌다. 정양은 본선 7라운드 경연에서 나머지 3명을 제치고 대상 수상자가 됐다.
올해는 지역 예선에 3000여 명, 본선에 총 64명이 참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에 도전했던 부산 외국인학교 7학년 정수인양은 안타깝게 금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올해 5월에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2016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긴장된 상황 속에서 원어민이 불러주는 영어 어휘의 어원과 예문·발음·뜻을 듣고 영어 철자를 맞히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의 영어학습 비법을 알아봤다.
모르는 단어는 알 때까지 반복
정희현양
입학 후에는 도서관에 있는 원서를 섭렵했다. 미국 영재학교인 앤더슨스쿨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도,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에 와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독서 덕분이다.
하지만 정희현양이 무턱대고 책을 읽은 건 아니다. 그는 모르는 단어를 찾아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책을 읽다가 처음 보는 단어가 나오면 뜻을 추측해 본 후 인터넷이나 사전을 통해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 머릿속에 입력했다. 책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문장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 익혔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오는 전단지는 물론, 박물관의 주의사항 푯말이나 브로슈어 등에서도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메모해 놓고 외우려고 했다.
엄마 김은희(41·세종시)씨는 “보통 아이들은 1~2시간 안에 박물관을 둘러볼 때 희현이는 3~4시간 이상이 걸렸다”며 “그 안에서 자신이 모르면서 그냥 넘어가는 단어가 없도록 꼼꼼히 살펴봤다”고 말했다. 안 외워지는 단어는 손으로 쓰면서 암기하기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써 붙여 놓고 익혔다. 정양은 “억지로 외우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익히는 게 더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어원 알면 쉽게 암기할 수 있어
정수인양
예컨대 텔레폰(Telephone·전화기)은 그리스어로 ‘멀다’라는 뜻의 ‘텔레’(Tele)와 ‘말하다, 소리’라는 뜻의 ‘폰’(Phone)이 합쳐진 말이다. 이 한 단어의 어원을 알면 텔레그램(telegram·전보), 텔레비전(television) 등의 단어까지 쉽게 익히는 게 가능하다.
정양은 “영어 단어의 85%는 프랑스어· 그리스어·독일어·라틴어 등에서 파생됐다”며 “이를 잘 익히면 소리와 뜻을 유추하고 많은 단어를 쉽게 학습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을 반복하면 머릿속에 사진을 찍은 것처럼 단어가 선명하게 각인돼 사진을 꺼내보듯이 기억해낼 수 있단다.
엄마 최정원(41·부산시 연수구)씨는 “어렸을 때부터 책도 꾸준히 읽혔다”며 “최근에는 소설 『더 기버(The Giver)』를 읽고 책 내용과 자신의 소감을 토대로 13쪽짜리 책을 직접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