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목숨 중요’ 낙서 훼손에 분노한 저커버그

중앙일보

입력 2016.02.29 01:25

수정 2016.02.2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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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본사의 벽에는 누구나 원하는 말을 쓸 수 있는 ‘페이스북 월’이 마련돼 있다. [사진 페이스북]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사진)가 사내 담벼락에 쓰인 흑인 인권 구호가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자 전 직원에게 경고성 글을 남겼다.

25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기즈모도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본사 벽에 적혀 있던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가 훼손되고, 대신 ‘모든 목숨은 중요하다(all lives matters)’는 구호로 덮어 쓰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페북 본사 낙서벽에 누군가 덧칠
직원들에게 “악의적 행동 말라” 경고

 이에 저커버그는 임직원들만 열람할 수 있는 비공개 게시판에 “발언의 자유를 억압하는 무례한 행동에 전에도 실망했다”며 “나의 메시지가 전달된 후에도 구호 훼손이 계속된다면, 악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다른 간부들이 몇 차례 구호 훼손에 대해 지적했는데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자 이번엔 본인이 나서 ‘최후 통첩’을 한 셈이다.

 저커버그는 또 “‘흑인의 목숨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른 이들의 목숨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흑인 사회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고 요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담벼락에 무엇을 쓸 수 있는지에 관해 따로 규칙을 정하진 않았지만, 모두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내용이 무엇이건, 쓰인 곳이 어디건 글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본사에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커다란 칠판이 설치돼 있으며 수시로 아무 글이나 쓸 수 있다.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는 구호는 2012년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격으로 숨지게 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지머먼이 무죄로 풀려난 데 항의하기 위해 흑인 사회가 만들었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이에 맞서 ‘모든 목숨은 중요하다’는 반대 구호를 만들었다.

 페이스북 임직원 중 대부분은 백인(55%)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그 다음으로 아시아계(36%) 비중이 높고, 라틴계(4%)와 흑인(2%) 비중은 매우 낮다. 이 같은 인종 분포는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흔한 현상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