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시내는 거대한 공사장 같았다. 내년 1월 준공을 목표로 대림산업에서 짓고 있는 경전철 공사가 한창이다. 왕복 8차선 도로 한가운데에 커다란 시멘트 기둥들이 올라가고 있고 가장자리 1개 차선으로 빽빽한 오토바이의 행렬이 경적을 울리며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2014년 완공한 67층 높이의 롯데센터는 하노이의 랜드마크가 됐다. 지하엔 마트, 1~6층은 백화점, 상부는 레지던스와 호텔로 외국인 관광객과 현지 중산층이 북새통을 이뤘다. 하노이의 ‘강남’으로 불리며 개발이 한창인 미딩 지역에는 종합운동장과 고급 아파트, 쇼핑센터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악몽 벗어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저앉았던 베트남 시장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 세계경제 자금흐름의 변화,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의 필요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새로운 무역구조 형성 과정에서 베트남이 상대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타결된 TPP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TPP가 2025년까지 베트남의 성장률을 13.6%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말레이시아 6.1%포인트, 뉴질랜드 2.2%포인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FDI와 외자계 기업의 급속한 유입은 베트남 정부의 정책이 부양 기조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출 증대→무역흑자 전환→국제수지 개선→환율 안정→수입 물가 및 인플레이션 하락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달리 보면 성장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뜻도 된다.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 민영화와 증시제도 선진화 등을 통해 주식시장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한국의 과거 사례에서 보듯 결제일 단축과 일중 재매매 허용 등 일련의 조치는 베트남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연구원은 “올해 베트남 증시는 수급 압력이 약한 가운데 소폭의 수요 우위가 예상된다”며 “매매심리는 2분기 이후에 호전될 전망이고, 베트남 VN지수는 추가 하락보다 상승 여지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주요 관심 업종으로는 IT, 유통, 부동산, 건설 등을 꼽았다.
하노이(베트남)=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