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차행전)는 MBC가 “방통위가 내린 경고 처분 등의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방통위의 처분이 적절했다”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이른바 ‘막장 드라마’에 대한 정부의 행정 처분과 관련한 법원의 첫 판결이다.
‘패륜 논란 단골’ 임성한 작가 작품
법원 “가족 시청 시간대에 부적절
지상파, 국민 윤리 수준 부합해야”
방통위는 지난해 심의위원회를 열고 ‘관계자에 대한 징계’와 ‘경고’ 처분을 잇따라 내렸다. 사회 윤리 및 공중도덕에 반하고, 청소년 시청자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방송사는 “드라마의 전체 맥락을 고려하면 폭언과 때리는 장면도 사회 통념의 범위 내에 있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를 제재하는 것은 시청자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지상파 방송사는 가족 시청 시간대에 가족 구성원 모두의 정서와 윤리 수준에 적합한 내용을 방송할 책임이 있다”면서 “극 중 대사 등이 사회적 윤리의식과 가족의 가치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 작가가 쓴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 대해 방통위가 제재 처분을 내렸을 때 방송사가 임 작가와 앞으로 계약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미뤄 방송사도 문제의 소지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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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원없이 썼다"…임성한 작가 은퇴
②[드라마 썰전(舌戰)] 우리가 막장 드라마에 꽂히는 이유
1997년에 데뷔해 지난해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임성한 작가는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등 10편의 드라마를 썼다. 98년에 그가 쓴 MBC의 ‘보고 또 보고’는 일일드라마 최고 시청률(57.3%)을 기록했다.
흥행 작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황당한 설정 등으로 막장 드라마의 대표 작가로 꼽히기도 했다. 12명의 등장 인물이 사망하는 내용의 ‘오로라 공주’ 방영 때는 시청자들이 작가 퇴출 운동을 벌였다.
이유정·이지영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