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도서관에서 먼지에 쌓여 있던 영문 시선집 『Henry: A World Poets’ Anthology inspired by William Faulkner’s Painting』이다. ‘헨리: 포크너의 그림에 영감 받은 세계 시인들의 시선집’쯤으로 번역되는 책자는 1960년대 초 기획됐다. 수필가 피천득(1910∼2007)씨가 하버드대 초청교수 시절 미국 지인들로부터 부탁받고 미당에게 시 제작을 의뢰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그림에 능했던 포크너가 그린 한 흑인 노인 초상화에서 받은 느낌을 시로 표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피천득, 영어 번역해 미국 보내
포크너 사후 영문 시선집에 실려
연애시가 인류애 기린 시로 읽혀
포크너는 주로 미국 남부의 모순과 폭력을 고발한 작가다. 헨리는 가난하고 무학이지만 단순하고 겸손해 세상 발전에 도움이 되는 모든 이를 지칭한다고 책자 앞부분에서 설명했다. ‘동천’은 원래 연애시다. 40줄의 미당이 한 여대생을 흠모해 지은 시다. 미당의 연애시가 보편적 인류애를 기리는 시로 읽힌 셈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