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여사는 전날 흘라잉을 비롯해 테인 세인 대통령, 슈웨 만 국회의장에게 “국가적 화해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며 만남을 제안했다. 세인 대통령과 만 국회의장은 수지 여사의 회담 제안을 수락한 상태다. 다음주 초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온 다음 국민 권력·정부·군·의회를 대표하는 ‘빅 4’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동이 미얀마 민주정권 탄생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내주 초 권력 빅4 만남 성사될 듯
“군부 영향력 행사 자신감” 분석
수지, 군 기득권 일부 인정할 듯
흘라잉이 총선 패배를 인정함으로써 군부의 선거 불복 가능성은 낮아졌다. 블룸버그는 “NLD 집권 이후에도 군부가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NLD는 1990년 총선에서 82%의 의석을 확보했으나 군부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아 집권에 실패했다.
수지 여사는 다음주 4자 회동에서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대신, 군 기득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겠다는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군부는 NLD의 총선 압승에도 정·재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선거와 상관없이 상·하원 의석의 25%를 할당 받고, 내무·국방·국경경비 등 3개 주요 부처의 장관 임명권과 정보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수지 여사는 외국 국적의 자녀를 둔 사람은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 때문에 내년 초 실시 예정인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태다. 수지 여사가 독소 조항을 개정하려면 군부와 권력 분점을 논의해야 한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행 헌법 중 좋은 부분은 계속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군부를 의식한 발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 오전 세인 대통령에게 전화해 “이번 총선은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용기 있는 개혁을 추진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미얀마 정부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3년 동안 미얀마를 두 차례나 방문하는 등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날 “중국은 오래 전부터 미얀마와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등을 통해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밝혔다고 중국신문망이 전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