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프로 농구팀 제르에서 뛰던 코바체비치는 동료 선수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교통 사고를 당했다. 감독과 단장이 목숨을 잃은 사고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가혹한 운명과 맞닥뜨렸다. 사고로 인해 부상 당한 왼쪽 다리 무릎 아래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핸드볼 선수 출신 아버지와 농구 선수 출신 어머니의 피를 물려 받아 세르비아 대표팀에 뽑혔던 그는 그렇게 한 순간 ‘키 큰 장애인 소녀’가 됐다.
2년 만에 코트 선 코바체비치
팀원과 버스로 이동 중 교통사고
왼쪽 무릎 아래 절제 수술 아픔
포기 않고 재활훈련, 프로팀 입단
5득점 승리 견인에 관중석 눈물
코바체비치는 11일 스투덴트전에서 거친 몸싸움을 펼치는 투혼을 보였다. [사진 코바체비치 페이스북]
농구 선수로 재기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의족을 차고 한 걸음 내딛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걷고, 달리는데 성공한 뒤엔 점프도 하고 드리블 훈련도 하며 차근차근 체력을 키웠다. 현역 선수 못지 않은 움직임에 감탄한 세르비아의 명문팀 레드스타가 이달 초 코바체비치에게 입단을 제의해 극적으로 농구화를 다시 신었다. 2년 만의 프로무대 복귀전이 끝나자 영국 BBC 등 유럽 언론은 “의족을 차고 코트를 누비는 프로농구 선수는 전세계에서 코바체비치가 유일할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장애를 숨기지 않는다.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로 상반신 사진만 사용하는 언론 매체들과는 달리 코바체비치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의족이 드러난 사진을 거리낌없이 공개한다. 의족을 찬 채 비키니를 입은 사진도 올려놨다. 그는 트위터 메인 페이지에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거야. 현재를 즐기자!(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CARPE DIEM!)’라는 글을 올렸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그가 수없이 되뇌었던 문구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