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지난달 24일 워싱턴의 국빈 숙소 블레어하우스에서 비공식 만찬에 앞서 회담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난사군도에 중국의 인공섬 건설 중단을 요구했으나 거부되자 인공섬 해역에 라센함(아래 사진) 진입을 지시했다. [워싱턴 신화=뉴시스·미 해군]
미국 해군 구축함이 27일 오전 전격적으로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12해리(약 22.2㎞) 안을 항해했다. 중국 군함도 미 군함을 감시하다 뒤를 따라붙으면서 경고 방송을 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 제도) 해역에 미국이 들어간 것은 지난해 중국의 인공섬 건설 이후 처음이다. 군사 충돌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배경은 무엇일까.
워싱턴의 한 정통한 소식통은 26일(현지시간) “지난달 24일 미·중 정상 간 비공식 만찬에서의 격렬한 설전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근접 항해’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라센함. [워싱턴 신화=뉴시스·미 해군]
지난달 미·중 정상 비공식만찬서
오바마·시진핑 인공섬 놓고 격론
화난 오바마, 군사작전 승인
중국 “불법 진입” 함정 맞출동
미군 “진입작전 몇 주 동안 계속”
이 소식통은 “지난 5월부터 미 국방부를 중심으로 인공섬 12해리 내에 미군을 파견해 ‘인공섬을 결코 중국 영토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건의가 올라왔다”며 “하지만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승인을 주저하며 ‘미·중 정상회담이 9월에 있으니 그때 해결해 보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 주석의 반발로 대화가 결렬되자 오바마로선 강경 대응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남중국해는 세계 원유 수송량의 3분의 2가 지나는 길목이다. 게다가 미 태평양함대의 안방과도 같은 곳이라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해 인위적으로 영유권을 굳히려는 시도를 묵과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 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만약 중국이 국제 규범과 법을 준수하는 데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한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미 언론들은 이날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정박 중이던 미 해군의 9200t 급 대형 이지스 구축함 ‘라센(Lassen)’이 현지시간으로 27일 오전 남중국해의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 12해리 이내를 항해했다”고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작전’은 수 시간 만에 완료됐으며 당시 미 해군의 대잠초계기 P-8A , P-3도 함께 투입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이번 진입작전은 앞으로도 수 주에 걸쳐 계속될 것”이라며 “베트남과 필리핀이 스프래틀리 제도에 건설한 시설물에 대한 정찰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축함 진입이 중국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은) 경거망동해 공연히 말썽거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도 발표문에서 “라센함이 ‘불법’ 진입했 다”며 “이는 중국의 주권과 안보이익을 위협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베이징=김현기·최형규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