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바둑애호가들이 프로바둑계를 무림호걸의 세계와 비교하기를 좋아하는데 거기에 맞춰, 풍기는 이미지를 보면 나현은 명문세가의 후계자 같다. 물론, 노골적인 힘의 바둑이 아니라서 우직하게 권장을 휘두르는 황보세가나 산동악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오대세가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남궁세가 역시 아니다. 나현의 검은 명민하다. 특이하게 지혜가 담긴 검을 쓴다. 남궁세가의 제왕검형(帝王劍形)처럼 묵직한 중검(重劍)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사납고 맹렬한 독이나 암기를 뿌리는 사천당가는 더더욱 아니겠다. 그럼, 뭐 하나밖에 안 남았네. 제갈세가. 무공보다는 지혜를 앞세워 무림의 조언자를 자임해온 가문이지만 이들에게도 무공으로 일가를 이룬 명문세가 못지않은 검예(劍藝)가 있다.
좌하귀 9부터 14까지의 소목정석도 두 청년의 기풍대로 간다. 예전에는 12 때 ‘참고도’ 흑1, 백2를 교환한 다음 흑3, 5로 마무리하는 정석도 자주 등장했는데 요즘은 좌상귀 15로 달려가는 속도 지향의 수법이 자주 보인다.
손종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