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의 명언이 삶의 고비 때마다 떠오르곤 했다. 특히 요즘 한국의 경제와 금융 산업의 모습을 보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최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행정지도·감독행정 등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그림자 규제’ 철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험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보험 상품·가격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밝혔다.
그간 금융 회사에 대해 일반 기업보다 광범위하고 엄격한 정부 규제가 시행돼 왔다. 금융 서비스의 가격과 양에 대한 통제, 시장 접근에 대한 제약 등 시장 자율에 대한 규제가 많았다. 이런 금융 규제는 고도 성장 개발 시대의 특정 산업에 대한 우선적인 자금 공급, 금융 제도의 안정성 유지, 예금자 보호, 거시경제 운용 등 여러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금융 규제는 경직적이고 획일적이라 기술혁신과 기타 경제 활동 조건의 변화 등 나날이 급변하는 외부 환경 요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금융 규제 중에는 경쟁의 결과로 발생하는 시장의 실패로부터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시적인 조치로 도입된 것도 있다. 그러나 일단 도입된 뒤에도 장기간 지속함에 따라 한국 경제의 체질 속에 굳어진 규제가 많았다. 이는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한국의 금융 현실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140개국 중 26위에 머물렀다. 금융 시장 성숙도 부문은 지난해보다 7계단 떨어진 87위였다. 특히 벤처 자본 이용 가능성, 증권 거래 관련 규제 등 항목에서 하락 폭이 컸다. 우간다나 부탄보다 뒤처진 해당 결과에 대해 평가 기준의 객관성 논란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의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진행중인 금융 규제 개혁이 절실한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30년 전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G5(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의 재무장관이 환율 정책을 합의했다. 미국이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개최한 유명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다. 이후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일본은 장기불황의 희생자가 됐다. 현재 한국은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중국 위안화 추가 절하, 유럽 중앙은행 양적 완화 등 경제 대국의 통화 정책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와 불안 속에서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당시 미국 경제가 되살아난 것은 환율 덕분만이 아니라 정보통신(IT)기술을 활용한 신산업 발전과 규제 개혁이 제대로 됐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어렵고 뒤처지고 있다는 한숨이 많이 들리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연기되고 중국 경기 침체까지 겹쳐서 대외 악재에 대한 불안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가계 부채 증가와 내수 부진 지속을 고민하고 있다. 비록 여러 악재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압도당하거나 탓하지 않고,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혁신 역량을 냉정하게 갖춰야 한다.
“한국 경제 발전이 이제 끝난 것인가”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적 같은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때다. 지금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금융 산업에 대한 규제 개혁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 규제 개혁이야말로 우리 금융 산업과 국가 경쟁력이 승리할 때까지 끝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김수봉 보험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