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택 이사장은 “30년 후 공제회 자산은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교원들의 은퇴 후 행복까지 책임지는 공제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지난 1월 임원회의에서 시나리오를 훑어보던 이규택(73)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단번에 결재 서류에 사인했다.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중이던 영화 ‘베테랑’의 투자 결정 회의였다. ‘베테랑’은 1300만 명이 넘게 관람하며 역대 관객 순위 3위에 올랐다. 공제회는 현재 상영 중인 ‘탐정’과 연말 개봉 예정인 ‘히말라야’를 비롯, 총 5개 작품에 투자했다. 내년까지 영화 제작에만 300억원을 투자한다.
이규택 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취임 2년, 수익률 4.6%서 6%로
투자 말리는 임직원 설득 애먹어
연금상품 도입 … 노후 안전판 마련
“처음 영화 투자를 얘기했을 때 임원과 팀장급 모두 반대했어요. 해본 적 없다는 이유였죠.” 그는 해외 연기금의 영화 투자 사례 등을 공부하고 직접 영화 투자·제작사 임원들을 만나며 사업 방안을 모색했다. 임직원들도 설득했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냐며 야단도 치고 저녁엔 소주 마시며 달래기도 했어요.”
이 이사장은 회원들을 위한 문화 혜택도 늘렸다. 2년 동안 클래식, 콘서트, 마술 등 공연에 10만 여명을 무료로 초대했다. 이중 대부분의 공연은 은퇴 교원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이 이사장 본인도 독일 작센윈드오케스트라와 색소폰 협연을 하는 등 재능기부에 적극 참여했다.
지난해 연말엔 공제회의 숙원 사업도 풀었다. 적금식 단순투자 상품을 연금형 상품으로 바꿀 수 있게 공제회 관련 법령을 개정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만기 시점에 목돈을 몽땅 찾다 보니 정작 노후에 도움이 안 됐다. 연금식으로 분할 수령이 가능해져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영어교사였던 이 이사장은 1969년부터 중앙일보·TBC에서 문화사업을 담당했다. 80년대 민주화추진협의회 활동을 하며 정치에 입문해 경기 여주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8년 한나라당 공천 탈락 후 서청원 의원과 함께 ‘친박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