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 아기’ 혹은 ‘아기 예수’라는 뜻이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보통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 절정에 이르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대개 2~7년마다 나타난다.
평상시 열대 태평양에서 무역풍이 강하게 불면서 바닷물도 서쪽으로 밀린다. 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중남미 부근 동태평양에서는 깊은 바닷물이 표층으로 상승, 바닷물 수온이 내려간다. 인도네시아 쪽 바닷물의 높이가 남미 쪽보다 0.5m가량 높고, 수온도 8도 정도 높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보통 북미·중남미에서는 폭우·홍수가, 아시아에서는 심한 가뭄이 나타난다.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1997~98년 엘니뇨 당시 인도네시아에서는 산불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숲을 태우기 위해 지른 불이 갈탄에 붙어 땅속으로 번지는 ‘지중화(地中火)’가 발생해 하늘이 연무로 뒤덮였다.
엘니뇨는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끼친다. 인도나 호주의 밀 생산이 줄면 세계 곡물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야자유 생산이 줄면 콩기름 가격까지 출렁이게 된다. 엘니뇨로 비가 많이 내리면 미국의 토마토·아몬드 작황이 나빠질 수도 있다. 태평양에서는 연어·안초비의 어획량도 줄어든다.
한국의 경우 엘니뇨가 발생하면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해지고 강수량이 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한이 없으면 겨울철 전력 수요가 줄면서 천연가스 수입량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엘니뇨로 인한 기상 변화가 어디로 튈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달 초 세계기상기구(WMO)는 올겨울 50년대 이후 최악의 엘니뇨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도 엘니뇨를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바라보기보다는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강찬수 논설위원·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