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북·중 관계와 관련된 책이 나오면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새로운 것이 있나 싶어 책을 뒤지게 된다. 책에 따라서는 밤을 새기도 한다. 최근에 14자나 되는 긴 이름을 가진 새 책이 나와 그런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있다. 『시진핑은 왜 김정은을 죽이려는가』(곤도 다이스케 지음, 이용빈·노경아 옮김, 한국경제신문, 2015).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저자인 곤도 다이스케는 중국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문제를 평생의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시진핑은 왜 김정은을 죽이려는가?'
저자는 그 근거로 4가지를 들고 있다. ①미국이 그 국가 또는 지역의 우방이 아니어야 한다 ②중국이 전쟁을 일으킬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③중국이 100퍼센트 이겨야 한다 ④중국 국민이 싫어하는 국가나 지역이어야 한다.
저자는 중국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 주석은 북한과의 혈맹 관계가 문화대혁명 때 이미 끝났다고 보고 있다”며 “김정은처럼 분수를 모르는 무모한 폭군은 당장 오늘이라도 없애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워낙 비밀이 많은 북·중 관계이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소 논리적 비약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시진핑은 김정은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이 총서기로 취임(2012년 11월)한 지 한 달 뒤 장거리 탄도미사일 ‘은하3호(대포동 2호)’를 발사했다. 시진핑은 사전에 “미사일 실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허락할 수 없다”고 경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2013년 3월 국가주석으로 취임하기 한 달 전에는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것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기간(2월 12일)에 말이다. 그 후 중국에서는 북한을 비난하는 자발적인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들은 북한 대사관 앞에서 “북한의 정신 나간 핵실험을 용납하지 말라”, “북한에 대한 원조들을 즉각 정지하라”, “진싼팡(김정은)을 타도하라” 등을 외쳤다.
중국의 여론이 이 처럼 과거보다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시진핑이 김정은을 죽이려 한다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격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 김정은이 2012년 12월 ‘은하3호(대포동 2호)’를 쏘기 이전에 중국과 벌인 협상과정,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이 2013년 5월 시진핑을 만나는 과정, 장성택의 숙청 과정 등은 상당히 신뢰성이 높고 유익하다. 그리고 장성택 사망 이후 시진핑의 지시로 만든 ‘북한 전망 보고서’는 중국의 실력과 속내를 들어다 볼 수 있다. 이런 내용들에서 일본 사람 특유의 디테일을 느낄 수 있다. 북·중 사이의 팩트가 궁금했던 독자는 감동을 받을 만 하다.
옥에 티라면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高英姬)를 고용희(高容姬)로 표기한 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지칭한 것이다. 위원장은 김정일에 해당한다. 이런 실수는 팩트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