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당 예정 발행가는 2만7450원, 총 조달자금은 1조2067억원이다. 당장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 돼야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현재 종합금융투자회사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5곳뿐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를 KDB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 포석으로 보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면 가뜩이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 무리해 가며 증자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접고 증권업 집중
미래에셋 1조2000억 유상증자
대우증권 인수 위한 실탄 준비
그러나 박 회장의 생각은 확고해 보인다. 그는 사석에서 “금융투자업계가 고인 물과 같아 역동성이 부족하다”고 탄식해 왔다. 대형 M&A를 통해 덩치를 키운 뒤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메기’가 되겠다는 포부다. 박 회장이 던진 승부수는 그가 그동안 걸어온 궤적과도 일치한다.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32세에 전국 최연소 지점장에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보장된 미래를 마다하고 회사를 뛰쳐나왔다. 1998년 12월 출시된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는 출시 후 3시간 만에 500억원의 한도액이 모두 채워졌다. 해외로 눈을 돌린 것도 누구보다 빨랐다. 2003년 국내 최초로 해외 운용법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을 설립했고 이후 전 세계 12개국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현재 운용자산이 국내외를 더해 70조원을 넘어설 정도다.
지금으로선 성공을 예단하기 어렵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수 있을지도 지금으로선 미지수다. 현재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업체는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 중국중신그룹(CITIC) 등이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인수 경쟁이 불붙을 경우 현재 2조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 대우증권 매입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 인수전에서 승리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인수전에서 패배한다면 후유증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려다가 그동안 쌓은 ‘공든 탑’을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우려”라고 말했다. 첩첩이 쌓인 난관을 박 회장이 어떻게 돌파해 갈지 업계의 눈길이 쏠려 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