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C의 핵심 부품은 바다 곳곳을 샅샅이 살피는 레이더 세트다. 레이더(AN/APS-137), 적외선탐지체계(IRDS), 전자전장비(ESM), 자기탐지기(MAD) 등으로 구성돼 있고 대당 가격이 9억7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다.
정밀한 수요예측 조사 없이 구매
2600억어치 10년간 한번도 안 써
군 “부품 너무 많아 예측 어려워”
해군도 잘못을 시인했다. 해군본부 측은 “수요예측기법의 정확도가 미흡해 실제 수요가 발생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송영근(새누리당) 의원이 육해공군에 문의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이 사용하지 않아 재고로 쌓여 있는 무기 부품은 총 7149만 점, 11조771억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별로는 육군이 3조8200억원(4488만 점), 해군이 2조1357억원(1318만 점), 공군이 5조1214억원(1343만 점)이다. 수량에서는 육군이, 금액에서는 공군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공군 측은 “항공기 엔진 등 고가품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는 P3-C의 레이더 세트처럼 10년 넘게 사용하지 않아 재고품이 된 것도 2638억원(127만 점)어치였다.
공군의 경우 “활주로 제설차를 제작해 해외에 판매하겠다”며 밸브 등의 부품을 구매했다. 그러나 제설차를 사겠다는 나라가 없어 부품들은 10년 넘게 창고에 방치돼 있다. 육군도 20㎜ 벌컨포의 컴퓨터 사격통제장치를 구입했으나 10여 년간 사용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해군의 함포사격 통제용 레이더 송수신기는 정작 일선 부대가 필요하다고 신청해 사서 내려보낸 것인데 한 차례도 사용되지 않고 반납됐다고 한다.
육해공군 중 10년 이상 방치된 무기 부품이 가장 많은 군은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해군으로 1685억원(95만 점)어치였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은 함정에 들어가는 부품이 수천 가지라서 정확한 수요예측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해상초계기에서만 4개 이상의 부품이 10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오는 등 해군은 무기를 도입할 당시 수요예측에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무기 부품이 얼마나 필요한지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2600억원어치나 되는 무기 부품이 10여 년 동안 창고에서 잠자고 있다는 건 납득이 어렵다”며 “군은 재고량을 정확히 파악해 수천억원의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